vol.7 Color story
안녕, 리스본
여행을 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꽤 많은 곳을 여행했고 또 계속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계속할 거라는 부분에선 스스로 체면을 걸어 본다-
뼈대만 앙상하던 해괴망측한 덩어리에 살점이 붙어 점점 집다운 집이 되어가듯 우리의 여행도 언제부턴가 안정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긴장과 설렘보다는 평온하고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차분한 여행의 느낌. 눈에 띄는 하나에 관심을 두기보다 조금은 따분할 수 있는 세세한 주변에까지 눈길이 가는 여행. 덩달아, 더 집중하며 사진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늘었으며, 집중하는 만큼 기억하는 것도 많은 여행을 하고 있다.
리스본에서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 딱히 모가 나지도 않고 좋기만 했던 곳 리스본.
황금 빛깔의 노란 색 트램이 온 도시를 노란띠로 물들이며 쉴틈 없는 매력을 뿜어냈고 입맛에 딱 맞는 음식부터 적당한 기온의 날씨까지, 궁합이란 게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트램에 대한 사랑은 결혼한 지 1년쯤 되었을 때부터다. 벚꽃 휘날리는 몽테 나폴리오네 거리에서부터..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던, 꿈결을 달리는 이동수단이 있다면 딱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홀딱 반해버렸던 기억.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도 리스본행 기차 여행은 설렘이었다.
해가 충분이 거리를 달궈놓고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무렵, 우린 리스본 Rossio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주변의 공사장에서 날리는 먼지, 쨍한 햇볕, 고르지 못한 아스팔트. 택시를 잡아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기차역에서 호텔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했다. 택시를 타기엔 애매하다고 했다. 그 애매한 거리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안 갑니다~~'하며 매몰차게 승차 거부를 당했던 민망한 기억에 '가까우면 그냥 걸어가지 머' 하는 포기를 쉽게 했던 것 같다. 세계 곳곳 맛집이며 핫플을 꾀차고 있는 남편. -매번 최선을 다하는 거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완벽하게 보인다- 그런 남편을 맹신하는 편이라 만만하게 생각하며 따라나섰다. 하지만 가는 내내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없었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느라 캐리어도 요란하게 덜그럭 거렸으며 요리조리 오는 사람들을 피해 꽤나 먼 길을 걷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 약간의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이내, '아! 다 왔다!! 고생했어 여보!!!'한다. 고생은 같이 했는데.. 살짝 미안했는지 내 눈치를 살핀다. 어느 새 나의 짜증도 꿀꺽 ㅋㅋ
리스본의 호텔은 아주 훌륭했다. 언젠가부터는 집을 빌리는 것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게 되어 호텔을 선호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 생각이 옳음을 대변하는 완벽한 곳이었다. 세 쪽의 긴 창문으로는 햇빛이 충분히 스며들었고 얇고 보드라운 커튼이 하늘거렸다. 방 전체가 화이트와 민트로 채워져 있었으며 플라워 페브릭의 소파는 하루가 마무리될 무렵 와인 한잔과 하루의 느낌을 공유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멋있는 건 침대 옆 창문 너머로 보이는 테주강. 바다인지 강인지 구분하기 힘든 끝이 안 보이는 테주강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자극했다.
해 질 녘의 테주강은 따뜻했고 로맨틱했다.
강변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금빛 라인으로 눈부시게 반짝였다.
우리도 그 금빛 대열에 합류하여 라인을 그렸는데 떠오르는 해 만큼이나 지는 해가 뜨겁다는걸 온몸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photo & journey essay
https://www.instagram.com/leicam_sh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