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욕심마저 내려놓게 한 아름다운 시골길 <대구–부산>
시내버스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버스와 버스 간 연계성이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동할 때 시간이 딱 맞거나 혹은 마을을 둘러볼 시간이 있다면 운이 좋은 경우지만 조그만 길가의 정류장에서 막차를 딱 놓치고 나면 그날 여행은 거기서 꽝이 되기 마련이다.
물론 버스시간표를 미리 검색해서 단단히 알아놓고 가지만 면단위 마을에선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청도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밀양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다. 다행히 알아본 시간표대로 조금의 여유가 있어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식사까지 할 수 있을 듯하다. 청도 터미널을 돌아본다. 전형적인 시골 터미널이다. 공식 명칭은 청도 공용버스터미널이다.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고 도착한다. 큼지막한 대합실 표기가 반갑다. 매표소엔 승객이 적어서 그런지 발권하시는 아저씨가 깊은 잠에 빠져 계신다. 지금은 무인발매기 한 대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청도 공용버스터미널 내에 있는 종점 식당이 가격이 저렴해 들를까 하다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시내에 있는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선택지는 유명한 할머니 김밥 골목 앞에 있는 널찍한 청도 역전 추어탕집이다. 전통 추어탕 한 그릇을 시켰다. 깨끗하고 잡 내 없는 맑은 추어탕 맛이다. 문득 ‘진주 추어탕 맛과 비슷한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건 이곳 역전 추어탕이나 원조로 불리는 옆집 의성 식당에선 추어탕에 미꾸라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자연산 미꾸라지가 잡힐 때면 함께 넣어 사용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잡고기만 쓴다.
“안 넣는 게 아니라 있으면 넣기도 합니다. 처음 식당 할 때는 간혹 넣기도 했는데 미꾸라지가 들어가면 맛이 텁텁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은 안 넣어요”
자연산 미꾸라지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신다. 그런데도 잡어탕이 아닌 추어탕이라 부르는 이유가 다시 궁금해졌다.
“그거야 우리가 어려서부터 미꾸라지가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모두 추어탕이라 그랬어요. 그땐 민물잡어탕이란 말도 없었어요. 그냥 다 추어탕이라 했지”
미꾸라지 있건 없건 청도추어탕에 이렇게 많은 단골이 모인다는 건 확실히 경상도 추어탕 속엔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추억 속의 맛있는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