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욕심마저 내려놓게 한 아름다운 시골길 <대구–부산>
부산에 도착해서 지인을 만나 술파티부터 한다. 힘든 일정을 달래기 위한 술자리라 특별히 맛있는 안주를 찾으니 곧바로 동네 맛집으로 안내해 주신다.
“여가 부산서 젤 맛있는 집이다”
섬마을 자연산 졸복회. 말 그대로 졸복회가 시그니처인 식당이다. 흔히 쫄복이라고도 한다. 일본말로는 배를 부풀린다는 말에서 유래한 쿠사후구(クサフグ)라 한다. 졸복은 배가 희고 흰색 점이 등에 있는 조그만 복어다. 참복의 작은놈을 졸복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정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연안의 갯바위나 포구에서 잡힌다. 15㎝를 넘지 않는 조그만 복어지만 난소와 간장, 껍질에 맹독이 있다. 무서운 놈이다. 조그마한 게 2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을 지니고 있다.
복어회가 맛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졸복회는 맛이 거기에서 한 두수 위로 친다고 한다. 졸복회는 한 놈에 딱 두 점 나온다. 그 맛이 일품이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졸복회. 담백해 보이는데 실제로 먹으면 서너 배는 더 쫄깃한 맛이다. 그런데도 맛이 없어서 ‘모자라다’는 뜻의 ‘졸’이 복어 앞에 붙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인이 졸이 지닌 참뜻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울나라 사람들은 맛있다 그러면 벽돌도 구워 먹잖아, 그래서 오래 먹으려고 일부러 맛없다고 그런 거지”
회 먹은 뒤 마무리로 나오는 지리탕. 폐에 좋은 음식이라 그런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다. 짜지도 않고 이거 아주 그냥 끝내주는 맛이네. 부산의 첫날이 달디 단 혓바닥에서 시작되니, 다음 일정이 은근히 더 기대가 된다.
(‘섬마을 졸복회’식당은 2020년 3월 현재 신축건물 공사로 인해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