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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플 Sep 13. 2023

예비시댁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요

여름휴가 여행 계획뿐만이 아니라 엄마 아빠에겐 나도 이제 부산에 가면 손님이 되어 나와의 시간을 위한 계획을 짜신다. 내가 부산에 오기 전부터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역국과 연근조림을 만들어두고 아침 점심 저녁 뭘 먹일지 계획을 짜고 어딜 데려갈지 고민한다. 


남자친구가 부산에 인사를 하러 온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곳을 데려가려고 아주 열심히 코스를 짜서 먹이고 구경시켜 주셨다. 이런 가족들에게 익숙하다 보니 나는 남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대전으로 내려갔는데 밥을 먹이고 무엇을 할지 아무도 생각해두지 않아서 밥을 다 먹고 난 뒤에야 남자친구 동생이 카페 한 곳을 찾아서 갔다. 그마저도 전망이 좋거나 특별한 카페도 아닌 골목에 위치한 조용한 카페였는데 그곳에서 버스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다 나와 남자친구는 서울로 돌아왔다. 


엄마 아빠가 몇 날 며칠 남자친구 좋은 거 보여주고 좋은 거 먹이고 싶어 고민한 게 생각나서 나는 집에 와서 속상함에 눈물을 흘렸다. 다른 친구들에게 '남자친구 부모님을 뵙고 나서 더 결혼 확신이 생기더라', '남자친구 부모님이 너무 예뻐해서 만나자마자 꼭 안아주더라', '아들만 있는 집이라 나를 딸처럼 너무 예뻐해 주시더라'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예쁨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펐다. 


심지어 식사할 때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우리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시길래 내가 "저를 잘 챙겨주고 사랑해 줘서 너무 고마워하고 좋아하죠!"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뒤이어 내가 "그럼 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여쭤보자 "그냥 아들 여자친구지."라고 하셨다. 갑자기 우리 부모님이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게 후회되고 억울했다. 에이 '나도 그냥 내 딸 남자친구지'라고 말할걸. 


동시에 엄마 아빠 딸로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게 살다가 내가 결혼을 하며 진짜 어른으로 뭔가 챙길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들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너무 좋고, 가족 같고 그런 감정이 생기는 건가? 나는 그냥 '남자친구 부모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들에게도 나는 그냥 '아들 여자친구'인 것 같아 결혼이 이런 건가, 이런 결혼 괜찮은 건가 싶었다. 나는 아직 나의 원가족인 엄마 아빠 동생이 제일인데, 내년이면 새로운 식구들이 후두둑 생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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