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식품 브랜드 런칭&운영 회고
프리랜서를 하면서 오랜만에 브랜드 런칭에 참여할 일이 작년 가을 쯤 생겼다. 원래 브랜드를 하나 운영하고 있던 곳인데, 새 브랜드는 간식 브랜드이고 3개 제품으로 런칭을 진행하였다.
나는 프리랜서로서 런칭 스케쥴 전반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상세페이지 기획과 마케팅 기획 및 진행을 함께 했다. 식품이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회사 규모라서 원가를 듣고 런칭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검토하자고 대표님하고도 많이 논쟁했는데, 그래도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식품 카테고리에 대해서 한번 쯤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브랜드를 하면서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다.
월에 몇억씩 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매출이 더 늘지 않는 것은 회사의 케파 이슈도 있다. 다만 1년 내로 그 정도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사의 재무상황과 매출규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을 내 생각보다 빨리 달성했고 카테고리 특성상 제품 SKU의 확장도 용이해서 향후의 계획 수립에도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상품 기획이 마케팅의 90%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기획 내에 가능성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마케팅이 아무리 잘해봤자 의미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브랜드 런칭&운영을 하며 깨달은 점들.
1. ‘진짜 맛있는 제품’이 아니라 일단 먹기 전 모습부터 맛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식품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 모습'이 전부 다이다. 그런 면에서 식품은 패션이나 인테리어 소품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B&A를 보여줄 수 있는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사람을 직관적으로 끌어당기는 한 컷이 있어야 한다.
내가 직접 기획을 리드한 것은 아니지만 기획단계에서도 계속 의견 드렸던 부분이 ‘그래서 보여줄 콘텐츠가 무엇인가' 였다. 맛있게 먹는 것은 기본. 찢는 모습인지? 굽는건지? 어떤 씨즐감이나 크리스피를 보여줄 것인지 등등. 그러다 보면 ‘먹어보면 맛있는 제품' 보다는 ‘먹는 모습부터 맛있는 제품', 맛있음을 연출하기가 용이한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클릭하고, 구매한다.
온라인 식품 브랜드 런칭은 해당 제품군이 오프라인 유통에 얼마나 풀렸는지가 핵심 기준이어야 한다. 맛있어 보인다 하더라도 이미 그 제품이 시장에 흔하고 쉽게 살 수 있다면 판매가 어려울 것이다. 감자칩이나 마른 오징어를 지금 와서 온라인에서 잘 팔수 있을까? 내 생각에 온라인 식품 브랜드를 런칭 할 때의 가장 큰 경쟁자는 편의점 유통 제품이다. 오며가며 잠깐 들려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사서 맛보면 되는데, 온라인에서 이걸 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성과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결국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음 범위 내에서 찾아봐야 한다.
-큰 회사에서 오프라인 유통을 통해 많이 푼 적이 없거나.
-시장에 어느정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제품이지만 콘텐츠로 보여준 적이 없거나
이런 맥락에서 제품을 3개 런칭했을때 3개의 제품이 시장에서 처한 상황이 각각 달랐다. A/B/C라고 했을 때
A - 콘텐츠 중간. 검색량 낮음.
여러 중소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콘텐츠로 보여준적 없고 오프라인 유통도 활발하지 않음
B - 콘텐츠 명확. 검색량 중간.
대기업 PB브랜드를 통해 한번 트렌드를 크게 탔던 제품이고 오프라인 유통은 많지 않았음.
대신 콘텐츠 요소를 더 살릴 수 있는 재료를 가미
C - 콘텐츠 낮음, 검색량 높음.
너무나 흔한 제품. 어딜가나 찾아볼 수 있음. 콘텐츠 요소는 있지만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음.
당시에 우리는 B가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익숙하고, 사먹을 용의도 충분하지만, 새로운 요소도 있으니까! A는 낯선 제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근한 것도 아니라서 애매할 거라 생각했다. C는 드롭하자 말자로 얘기가 많았지만, 적정 규모에서 MOQ가 되었고, 익숙한 제품이라 묶음구매를 통해 단가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여 일단 진행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A가 정말 잘됐다. B가 제일 안좋았다. C는 계획 그대로 움직여줬다. 광고는 반응이 없지만 묶음구매로는 꾸준히 팔렸다. 콘텐츠에서의 반응도는 B가 좋았고, 초반 첫구매도 어느정도 있었지만 잠깐이었다. 돌이켜 보니 B에서 “검색량이 중간"이고 대기업 PB가 풀려있던 것이 함정이었던 것이다. 이걸 새로운 콘텐츠 요소로 뚫을 수 있다 생각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마도 “재밌긴 한데...이게 00 제품보다 가격도 비싼데, 내가 그거떔에 굳이 사먹어야해?” 였던 거 같다.
물론 A도 원가 등을 고려해 스마트스토어에서 형성된 가격보다는 조금 비싸게 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콘텐츠 플레이를 하는 곳이 적어 광고로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꼈고, 현재 시장 평균 대비하여 패키지에도 신경쓴 제품이다보니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광고 콘텐츠만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게 있고, 또 역으로 콘텐츠로 뚫을 수 있는 곳이 여전히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제품을 판다는 건 언제나 가치제안의 과정이고, 하늘아래 새로운 제품은 없기 때문에 결국 기존 제품에서 +a된 제품을 런칭하기 마련이다. 가격책정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들이 있지만, 작은 브랜드들이 쉽게 쓸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식품브랜드가 시장에서 해당 카테고리의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더 비싸야 한다면, 결국은 아래 3가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a. 재료나 제조과정이 시장 평균보다 특이한가?
다 중국산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국산이다. 하다못해 가공이라도 국산에서 한다.
남들은 00%쓰지만 우리는 00%쓴다.
b. 맛있다는 것을 전제로 없던 기능적 효용이 있나?
요즘 트렌드인 저당제품인가? 단백질이라도 더 들어갔는가?
c. 새로운 재미를 제안하나?
맛이 새롭거나 (요 몇년간의 마라맛,얼그레이맛 등의 흐름처럼 어그로가 아닌 새로운 맛의 즐거움)
패키지를 뜯고 먹는 과정이 즐겁거나 등.
이 가치들은 메인 소구점으로 내세우기는 어렵지만, 상세페이지나 광고콘텐츠 후반부에서의 어필을 통해서 “그래도 한번 돈을 써볼까?”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준다.
이번 제품의 경우 a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b는 단가문제도 있었거니와 결국 술안주+간식 포지션인데 기능성을 이야기하는 게 모순적이라 생각했고. c도 OEM의 한계상 어려움이 있었다.
식품 브랜드에서 항상 어렵다고 느꼈던 포인트는 용량. 시장에서 아예 새로운 제품을 내지 않는 이상 당연히 참고할 용량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런칭 단계에서 좀 더 새로운 용량을 제안해볼까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차라리 주식 제품이라면 (밥,라면,밀키트 등) 어느정도 정량의 기준이 있지만, 간식류는 설정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용량설정이 패키지 단가와 개당 원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작은 브랜드들이 이걸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진행했던 브랜드들은 대부분 일단 시장의 평균적인 용량을 기준으로 잡고, 내부 인원들의 의견을 통해서 정했다.
간식의 경우, 중요한 것은 “뜯고 나서 한번에 다 먹을 수 있을 만한"용량인가 하는 점이다. 간식은 한 봉을 한 타임에 다 소진하는 것이 만족감이 크고, 남기고 나면 다시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많이 주면 좋을 것 같지만 간이 쎄거나 자극적이라면 오히려 부담스럽다. 용량을 다음 세가지 기준에서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a. 우리가 목표로 하는 원가율을 넘어서지 않아야 하고
b. 제품의 맛 특성을 고려해 한봉을 주요 타깃이 한번에 먹기 문제 없는 용량
c. 목표가격을 고려했을때 시장에 있는 경쟁제품 대비해서 모자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용량
결과적으로는 어지간하면 시장의 평균치를 맞추는 게 제일 무난하다는 교훈을 다시 얻었다.
자사몰은 광고비를 들여서 고객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정 수준이상의 객단을 채우기 어려우면 사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브랜드도 고민이 많았다. 식품이고, 사보고 맛없으면 버릴 때의 리스크가 크게 느껴져 단품 위주로 사지 않을까? 모든 자사몰 브랜드가 그렇듯 우리도 3개들이 5개들이로 패키지를 짰다. 런칭 후 살펴보니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은 3개들이 패키지였고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객단가가 형성이 됐다. 사람마다 쇼핑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공감하는 분도,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 자사몰에서 식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혹시 맛있으면 어떡하지? 그럼 또 주문하기도 귀찮고, 택배도 기다려야하고, 내가 그 사이에 다 먹어서 없으면 아쉽고...등등등"
이 마음이 단품구매가 아니라 대용량구매를 유도한다. 물론 거기에 대해 가격할인 제안 등이 부스팅을 걸어주긴 하지만, 1번의 문제가 해결되어 있다면 반드시 묶음 패키지 구성이 필요하다. 의외로 사람들은 대량구매에 너그럽다는 것을 매번 확인한다. 일정 범위 내에서는 처음 지불하는 가격에 대한 리스크보다, 혹시나 맘에 들었을 때 더 번거로워지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큰 것이다.
식품은 원가율이 높은 경우가 많기에 재구매를 챙기지 않으면 브랜드의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이제 막 런칭한 식품 브랜드라면 재구매를 어떤 기준에서 측정하면 좋을까? 이전에 했던 식품 브랜드들도 그렇고, 이번에도 느낀 것은 ‘맛있으면 거의 2~3주 내에 바로 주문한다' 였다. 빠르면 거의 1주 내에 재구매가 이뤄지고, 늦어도 3주를 잘 넘기지 않는다.
사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 쟁여놓고 싶어지니 바로 또 주문한다. 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돌이켜 보니 나도 온라인에서 사먹었던 제품들은 거의 빠른 시간내에 재구매를 결심했던 것 같다.
때문에 2~3주가 지나도 회수가 안되고 있다면 해당 제품은 재구매 할만한 맛이나 매력이 없다고 1차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경우는 가격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그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구매한 사람들이기 떄문에!
위의 예시에서 상품 B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구매 후에 재구매가 없었다는 점에 있었다. A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나서 1개월만에 20%의 사람이 동일 제품을 구매했고, 재구매액수도 컸다. B는 3개월이 지나도 회수가 거의 없었다. 이번과 같은 간식 종류는 아니지만 저칼로리 컨셉의 간식제품이나, 식재료 제품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었다. 물론 우리가 푸쉬메세지,쿠폰발급 등을 해서 그 제품을 다시 재구매 시키는 것도 일정 수준 가능하겠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맛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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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목표원가율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만들어 내는 것. 마케팅 전략과 집행보다 더 어려운 것이 공장과의 협상이고, 원가의 조절이다. 식품류는 특히나 높은 원가율을 가지고 있고, 현실적으로 30% 이하를 기대할 수 없는 카테고리이다. 그렇다면 40%대의 원가율을 만들되, 반드시 재구매 / 대량구매가 가능한 형태로 기획되야 하고. 이 정도만 되어도 어떻게든 마케팅으로 비벼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제품 생산의 힘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겸허한 마음을 가졌다. 다시 한번 상품기획 단계에서의 면밀한 설계가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 클라이언트에서 좋은 기회를 준 덕분에 앞으로 식품 브랜드를 보는 데 있어서 나름의 기준들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