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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만이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다.

by 줄타기인생 Mar 18. 2025

1.흔히들 마케터의 역량을 이야기할 때 시장을 보는 눈, 판매에 대한 감각 등을 이야기하지만 내 경험상 그 역량은 마케터만의 것이 아니다. 마케터만이 가질 수 있는 기능적 요소가 뭔지를 항상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기능이 선행하고 거기서 역량이 쌓이고 피어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2.사실 조직 입장에서 제일 베스트는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이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일 좋다. 왜냐면 상품이 나오기 전부터 마케팅 요소들을 잘 넣어놓으면 이후의 작업들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기에. 마케팅 역량을 중시한다는 조직, 혹은 표현치 않아도 그러한 것을 구현하는 조직들은 대부분 기획단계의 마케팅적 사고가 가장 뛰어나고, 의외로 마케팅의 역할은 그렇게까지 중차대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 마케터로서의 역량이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것이다.

기획하려는 상품에 대하여

-해당 시장의 특징과 소비패턴, 주의사항을 알고 있다.
-어떤 채널에서 팔아야 유리할 지 알고 있고 그에 맞는 가격구조를 목표로 한다.
-어떤 포인트를 넣어야 팔릴 지 알고 있다.
-해당 포인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이슈레이징이 되는지 알고 있다.

3. 기획자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상품을 기획하면, 마케터의 일은 사실 60~70%는 줄어든다. 이때 마케터는 정말로 기능적 업무를 수행해줘야 한다. 상황을 측정하고, 파악하고, 분석해서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거나, 이익율을 개선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협업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기획이 이런 역량이 부족하거나 조직 특성 상 그다지 이런 부분이 요구되지 않을때, 저 역할들은 마케터의 역할이 된다.

4.하지만 주의할 것은 이러한 역량은 결국 구체적인 실무를 통해서 구현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전제 조건이나 통찰력 같은 것이지, 어떤 구체적인 스킬셋이 아니다. 당연히 시장의 흐름과 유효한 액션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케터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곤란하다. 그 능력은 내 생각엔 마케터 뿐 아니라 상품기획자가 더 갖춰야 하는 것이 맞고, 좀 더 긴 호흡을 가진 기획의 로직에 따라 가는 게 맞다.

5. 때문에 나는 기획자나 디자이너같이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직군이 아닌, 생산 후의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마케팅 같은 업무는 반드시 기능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어야만 그 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능,구체적인 업무가 선행하고 그 다음 인사이트,역량,영향력 등이 따라오는 것이다. 설사 후자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사자가 매일 실행하는 구체적인 업무에서 표출된다. 

6.이는 광고 채널을 세팅하고 관리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애널리틱스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과정일 수도 있고, 카피라이팅이나 상세페이지의 플로우를 개선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앞의 사례보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그 개인이 가진 캐릭터나 적응력으로서 일이 잘 돌아가게 만든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때 핵심은, '한명이 모든 일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7. 상품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아무리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도 그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기획은 시간이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되기 쉽고, 결정의 무게감도 크다. 디자인 작업은 절대적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AI 사용 이슈를 고려하더라도) 그 직군에서 훈련시키는 기준은 마케팅 사이드의 속도감과 충돌할 때도 많다. 그리고 마케터가 해야만 하는 기능적 업무를 통해 다른 방향성이 나올 수도 있다.

8. 역량 좋은 1인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조직은 왜 있고 브랜드는 왜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마케터의 역량/역할을 '시장을 보는 눈' 같은 이야기 보다는, 조직에서 내가 채워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기능적으로 다른 직군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해야 하는지? 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해야 할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9.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능의 개발에만 힘쓰다가는 또 함정에 빠지기 쉽다. 역량,역할은 항상 유동적인 것이다. 상황에 맞춰서, 조직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일과, 내가 가능한 일의 교집합에서 적극적으로 해낸다는 애티튜드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마케터라면 반드시 이걸 해야 해 / 이건 말아야 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독이 되기 쉽다. 이런 유동적 상황에서, 마케터의 역량이란 다른 직군 대비 가장 불안정하고 대체되기 쉽다. 때문에 그러한 태도들이 '생산 후 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직군들에게 더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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