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자동차는 경험이다
사고 싶은걸 정해 놓고 이유를 찾는다.
결국은 돈 문제가 가장 크다.
이 두 가지는 후배와의 일화를 통해서 얻어낸 경험이었습니다. 후배도 공감하고 저 또한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 전 글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 놀란 한 주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독자 분들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셔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두 가지 내용 이외에도 기시감이 드는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런 상황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참! 이 글은 다른 글의 내용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기 전에 이전 것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위에 링크를 두었으니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다른 차들이 많이 있네요.
후배와 저의 노력은 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명확한 공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전에 저희가 했던 노력은 그저 무언가를 알아가는 탐색이었을 뿐이었죠.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말리부라는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하여 '당선 확실' 이었던 것이 '당선 유력' 이 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또 본인의 지출 범위 내에 수입차가 있다는 것에 다소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가격, 배기량, 연비, 토크, 마력, 세금, 유지비 등등 숫자로 구성이 되어있는 정보들을 정말 긴 시간 동안 보았습니다. 여러분들께도 일부를 공개해서 함께 본 표는 확실한 답을 내려주진 않았습니다. 위에 그림을 보고 기억나는 건 'RANGE ROVER' 뿐이지 않나요?
방금 한 이야기는 너무 역설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숫자라는 것은 정말 객관적인 지표라서 오히려 확실하다고 봐야 하니까요. 이런 수치들의 절대적인 것과는 다르게 사람은 별로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침묵을 지키는 숫자들을 뒤로하고 직접 시승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차들을 모두 타보기 위해서 시승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전부 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번 시승을 통해서 생각 이외의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안전'을 위해서 말리부를 선택했다는 뭔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추구하던 것은 묵직한 주행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핸들이 무게감 있는 것과 조작감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핸들이 가벼워서 쉽게 조작할 수 있었던 차종에서는 그렇게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저에게 수시로 뒷좌석의 느낌을 물었습니다. 승차감이 어떤지, 자리는 넓은지, 진동이나 소음이 어떤 수준인지 등을 물어보면서 말이죠. 특히 디젤 엔진이 달린 자동차를 탈 때는 진동, 소음에 대해 유심히 살폈고 가솔린 엔진의 차에는 연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동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에어백 개수가 몇 개인지 같은 것들을 묻기는 했는데 말이죠.
후배의 시승 도중에 행동들을 조합해보면 무게감 있는 주행감과 핸들 조작감, 디젤 엔진을 가진 차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수적으로 디젤이지만 탑승자들이 정숙하고 승차감이 좋았으면 하고 이왕이면 2 열도 편안했으면 했습니다.
이전에 차를 마시며 본인의 취향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던 게 시승 때는 굉장히 구체적 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취향이 시승을 하면서 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승을 할 때는 가격과 사양표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정작 자동차에 타면 그런 수치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미디어의 영상이나 사진 또는 수치만으로 차를 고르면 내 생각과는 어딘가 조금은 다른 그런 차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승을 해보니까 좀 어땠어?
'고민되네요'라고 바로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전에는 뭐든 모르겠다는 이야기 일색이었는데 결국 무언가 마음속에 몇 가지 후보들이 남고 나머지는 사퇴를 한 듯했습니다. 결국 이 친구에게는 시승이라는 것이 자신과의 캐미가 잘 맞는 몇몇의 차종을 추려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오히려 괜찮다고 보기만 했던 것이 체험과 동시에 정말 괜찮은 것이 되었는가 하면 보기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말리부와 볼보 V40 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너무 쉽게 온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이 친구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를 타본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니까 이 친구의 감상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말리부, V40 모두 무게감있는 핸들링,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중 V40은 정말 내 스타일이다.
편의 사양, 공간으로 봤을때는 당연히 말리부의 압승이다. 그리고 신차라 그런지 더 끌린다.
특히 V40을 시승할 때는 안전 사양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 있어 했습니다. 물론 저 조차도 관심이 많았는데 사각지대 감지, 시티 세이프티와 같은 안전 사양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더 이야기하면 특정 브랜드의 홍보가 될 것 같아서 이쯤 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이런 것들만 남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보는 눈, 미디어가 극찬하는 내용들을 떠나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 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쯤에서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이후에 조금 더 적극적이게 되어갈 녀석의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이전 글에서 잠깐 브랜드 이미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어떤 자동차를 고르느냐에 있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 기능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꼼꼼하게 보아도 용어부터 이미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 설령 용어들을 대략 이해한다고 해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들이 많아서 대체 뭘 하는 것인지 말로 보아서는 모릅니다. 직접 체험해봐야만 그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결론적으로 구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럼 구매는 어떻게 하게 되냐고요? 그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압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아야 할 당신의 가장 중요한 선택입니다. 어떤 취향이든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차를 사야 후회하는 일이 더 줄지 않을까요?
참, 후배가 자동차를 구매하고 나면 그 차로 시승기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부족한 글을 읽어봐 주시고 구독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