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밖에서]상담사의 사생활

by 동네 상담사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의 대학생/대학원생들이 OO대학교에서 OO사이버대학교로 자동 편입한지 어연 1년이 지났다. 아니 수업도 회의도 슈퍼비전*도 화상으로 하는데, 이럴거면 이 비싼 대학가에서 월세주면서 사는 메리트가 없지 않는가. 클릭. 클릭. 학교에서 차로 2시간, 지하철로 3시간 걸리는 곳에 지금 사는 곳과 월세가 같지만 넓은 임대주택을 알아본다.


*슈퍼비전 : 더 경험이 많은 상담자가 다른 상담자의 상담을 지도감독하는 것. 공유되는 내담자의 정보는 최소화하며 사전에 내담자의 동의를 얻는다. 모든 정보는 슈퍼비전 후 폐기된다.


하지만 월요일 실습날은 9시 출근인데? 그러면 일어나서 씻고 8시까지 와서 상담준비하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되는데..? 내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맨정신으로 상담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연구소에서 밤 12시 1시에 퇴근하는데 막차는 어떡하지?


그러다 포기한다. 나는 OO대학 근처를 떠날 수 없겠구나. OO대학의 지박령이 되겠구나.


물론 실습을 제외한 모든 일정이 비대면이 되었다는 것이 다른 동네에 살고 싶은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나는 20대를 전부 보낸 동네에서 내담자를 마주칠 수 있다는 게 너무 두렵다. 옛 선배 때부터 전해져오는 내담자 괴담이 여럿 있다. 다니던 헬스장 탈의실에 내담자가 있었다거나, 미팅에 나갔는데 전 내담자가 나온다거나.


사실 대학상담센터의 수련실습생과 내담자의 나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 졸업 후에 바로 대학원에 온 여자 동기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내담자를 맡을 때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나이도 비슷하고 동네도 같은 젊은이들의 동선이야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이건 정말 상담자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내담자와 생활권이 같은 상담자라니.. 그럼 더이상 ---삐---도 못하고 ---삐---도 못하고.. ---삐---에서 ---삐---도 못하지 않나!


무슨 생각들 하시나.


잠옷 입고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고, 친구들이랑 상스런 얘기나누면서 길을 가지도 못하고, 길거리에서 노래부르는것도 못하지 않냐는 말이다.


직장&학교와 근처에 사는 편리함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수련실습생은 오늘도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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