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oungKim Jan 06. 2021

"초코파이와 옥수수의 상관관계"

'정'이며 '사랑'이었다.


오랜만에 내려간 친정에 머물다 떠나기 전 인사를 했다. 예전에는 아빠도 우리를 배웅하러 짐을 들어주며 함께 나왔지만 이제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 나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아마 막내딸이 집에 간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티브이도 켜있지 않은 어두운 앞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아빠를 보며 얼마나 더 말로 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입을 열어본다.


"아빠. 사랑해."

이 말에 아빠는 그제야 나를 본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응, 나도 사랑해."

기억은 잃어도 마음만은 남아있음을 느낀다.


 






신랑이 회사에서 초코파이를 가져왔다.

"초코파이 지겨워서 안 먹는데..."라고 말하다가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왜 초코파이가 지겨워졌는지 떠올랐다.

"아빠가 나 고등학생 때 야자 끝나고 오면 먹으라고 초코파이를 항상 얼려 놓으셨었어. 떨어지지 않게 항상......"

이 말을 하다가 목이 메었다.


아빠가 우리 크는데 뭘 도와줬냐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렇게 내가 기억력이 나쁘다. 막내딸이 얼린 초코파이를 잘라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로 지겹도록 초코파이를 사 두셨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빠가 우리를 키우면서 자주는 아니었더라도 곳곳에 사랑을 심어두셨구나 싶었다. 그 사랑이 내 마음속을 채우고 심장을 뛰게 하여 나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겠지.









친정에 내려갔을 때 엄마와 시장을 거닐다가 옥수수를 봤다. 찐 옥수수를 보면 항상 엄마가 생각난다. 좋아하시니까. 그 얘기를 하자 엄마는 아빠 이야기를 꺼내신다. 아빠가 할머니 아플 때 두어 번 찐 옥수수를 먹으라고 사 오셨다고. 평생 시장 한 번 가본 적도 거래도 해보 적 없던 아빠가 말이다. 엄마를 위해 커다란 옥수수 하나를 달랑달랑 사 오셨다고. 그때 엄마는 감동받았었다고 했다.


엄마에게 말했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런 자잘한 기억들 덕분에 미운 짓 해도 잊고 살아지는가 보다고. 그런 것도 없었음 어떻게 살았겠냐고.



매거진의 이전글 "장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