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마감재 선택에 대한 고민(1편) - 도장과 도배의 특성 알기
처음으로 집을 인테리어 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진 위시리스트(Wish List)를 보면 공통적인 항목들이 아주 많다. 마치 서로 같이 모여서 쓴 것처럼 말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벽면은 벽지 대신 페인트로 칠하구요~"이다.
아마도 여러 매체들을 통해 외국의 주택들을 접하며 '외국의 집들은 벽을 주로 페인트로 칠한다니 우리 집도 똑같이 한다면 근사하게 변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런데 막상 외국에서는 페인팅한 벽을 도배한 벽처럼 보이도록 하는 인테리어 데코레이션 기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 믿으려나?
여하튼 꿈과 달리 실현은 제한된 예산과 기간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므로 벽을 페인트로 칠하겠다는 고집을 내세우기 전 우선 도배와 도장 - 이 대표적인 두 벽 마감재의 특성과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지겠다.
- 벽지 대비 페인트의 가장 큰 특성은 무엇일까?
- 페인트 대비 벽지의 가장 큰 특성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보면 페인트를 무작정 선호했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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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다음과 같다.
페인트의 가장 큰 특성은 소비자가 원하는 컬러를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젊은 여성 A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티파니 브랜드를 상징하는 컬러의 벽을 갖고 싶어 한다. 이런 컬러를 벽지에서 찾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수 있지만, 페인트에서는 거의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한편 벽지의 가장 큰 특성은 다채로운 패턴&질감&광택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입 벽지들 중에는 가죽, 금속, 동물의 털, 카펫, 스펀지 등 진짜 재료 부럽지 않은 질감으로 페인트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풍부하고 화려한 인상을 공간에 부여하는 제품들이 있다. 또한 페인트는 광택 정도가 matte에서 glossy까지의 3~5단계로 제한된 반면, 벽지는 만들어낼 수 있는 광택의 정도가 무한대에 가까워 이 역시 공간의 표정을 풍부하게 만든다.
특성 차이에 이어 도배와 도장의 비용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서구의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들을 보다 보면 도배가 도장보다 훨씬 비싸다는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도배가 도장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일까?
먼저 서구에서는 비싼 인건비 때문에 DIY로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서 재료비만 든다고 보았을 때 도장이 도배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설명하겠다.
여기에 더하여 서구인과 한국인의 '좋은 도장 마감 결과'에 대한 인식 차이가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서구의 경우, 사람들은 DIY든 전문기술자에게 의뢰를 했든 간에 원 벽면의 상태가 완벽할 정도로 매끈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위에 칠한 도장의 결과물도 붓질 자국 하나 보이지 않게 매끈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예외적인 사람이나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도장이 도배에 비해 힘이 덜 들어가며 작업 기간도 짧은 편이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다. 전문가에 의뢰한 경우 페인트칠을 마친 후의 표면 마감은 완벽하게 평평하고 매끈하게 떨어져야 하며 전체 표면의 컬러는 균질해야 한다. 붓질 자국 등이 남는 것은 마감 수준이 떨어지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이러하다 보니 페인트칠은 표면을 다듬는 사전 작업과 칠을 입히는 본 작업 등 모든 단계에서 막대한 노력이 들어간다. 결국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작업 기간이 도배 대비 상대적으로 길어지게 되고(원 벽면은 결코 반듯하고 평평하지 않다.) 하루 기준 투입되는 전문기술자의 수도 도배 대비 많아지게 된다.
이런 연유로 한국에서도 도장 재료비는 도배 재료에 비해 저렴하게 나올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인건비 면에서 도배보다 비용이 많이 나오게 된다. (참고로 도배도 원 벽면을 손보는 사전 작업을 거치지만 도장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벽지는 '표면을 종이로 덮기' 때문이다.)
또한 도장은 추후 보수의 필요성이 도배보다 잦은 주기로 발생한다. 도장 표면은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서 모서리와 사람의 몸이 자주 닿는 부분의 표면이 조금씩 벗겨져나가기 시작한다. 목공으로 만들어진 부분의 이음매에서도 실선 같은 크랙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균 5~10년 정도 단위로 보수를 해줄 필요가 발생하므로 애초 벽을 페인트로 칠하겠다고 생각할 때는 이후의 정기적인 보수 필요성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 글을 읽다 보니 '페인트를 칠한 벽'을 가지고 싶은 꿈이 제한된 예산과 기간에 가로 막힌 듯한 기분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페인트냐 도배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고민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긴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자주적으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오히려 잠시 답답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고민이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무작정 페인트 선호'보다는 한층 발전된 인식이니까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들려주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