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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May 28. 2023

40대 쌍둥이맘의 슬기로운 육아생활

자기 계발 편

2월부터 나는 영어공부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뭔가를 하는 건 아니다. EBS이지 잉글리시와 헬로 베이비 하이맘이라는 책으로 필사와 낭독해서 인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3개월 정도 되어간다. 



내가 영어 공부에 실패한 이유 


영어는 학창 시절부터 항상 좋아했던 과목이었고, 성적도 좋았다.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은데 우리 교육의 현실은 문법 독해 등 시험 위주다 보니 영어를 좋아하고 수능에서도 1등급이었지만, 회화를 잘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언어 공부를 하려면 동기가 필수다.  그간 영어공부를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학과 공부에 밀렸고, 공부도 영어와 관련 없는 쪽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영어공부를 시도했는데, 회화를 늘리고 싶어서 집 근처 삼육 어학원을 3개월 다녔고 그 후에는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어학원을 다닐 때는 거기 커리큘럼에 맞춰서 숙제를 하고 수업을 들으러 다녔는데, 다들 바쁜 시간 쪼개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실력들이 다 고만고만했다. 공부에 시간 투자를 하지 못하다 보니 여기를 계속 다닌다고 내 영어 실력을 늘 거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배낭여행 후 그만두고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이것도 한 3~4개월 하다가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가 없어서 그런지 결국 흐지부지 끝나버렸다(사실 아직 3개월 남았는데...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또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 생각했던 방법은 기본기 다지기를 위해  <레몬쌤의 영문법>으로 필사를 하는 것이었다.  임신전후였는데 그 방법은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될 뿐 아니라 체력 소모가 심해서 (특히, 팔) 계속 지속할 수 없었다. 문법이라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출산 전후 새벽달님의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라는 책을 알게 되어서 EBS입트영과 <헬로 베이비 하이맘>이라는 책을 중고로 구매했다. 그때는 그 책이 절판 상태여서 중고로 구매했는데 그다음 해에 개정판이 나왔다는... 그냥 책 없으면 말 것을...


근데 <EBS 입트영>은 내 영어 수준에 별로 맞지 않은 교재였다. 내용이 너무 좋았지만, 내가 따라가기엔 본문이 너무 길고, 무엇보다도 돌도 안된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영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 한 단계 아래 레벨인 <이지 잉글리시>로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해보니 어려웠다. 결국 영어공부 중지... <헬로 맘 하이 베이비>도 새벽달님 카페에 인증하곤 했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인증 올리기도 힘들어서 결국... 포기...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


아이들이 17개월부터 어린이집을 가게 됐는데, 집 근처 도서관에 비대면으로 1주일에 한 번, 영어동화책에 관한 수업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 직원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영어동화책 수업을 듣게 되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긴 하지만, 주로 보드북이었고 인스타 육아 인플로언서들이 추천한 책들이라 대부분 내 영어 수준에 맞게 글밥이 적었다. 하지만, 수업에서는 글밥이 많고, 영미권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에 대한 흥미가 많이 생겼다.


올해 1월, 우연히 인스타를 보는 데 <헬로 베이비 하이 맘> 저자이신 서현주 선생님께서 낭독 필사 프로젝트는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1기, 1.5기, 2기가 끝나고, 2.5기가 진행 중이었다. 언제 3기가 시작되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3기 모집!!!!! 그래서 다시 엄마표 영어로 영어회화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고 내 생활도 어느 정도 규칙적이어서 시간을 잘 안배하면 될  것도 같았다.


그래서 낭필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낭필 플젝에서 추천하는 <EBS 스타트 잉글리시>도 같이 하게 되었다.


3개월간 영어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1. 체력회복: 육아를 하면 체력소모가 많다. 작년엔 아이들이 어려서 기관에 보내지 못해서 아이를 재우고 저녁마다 유튜브 채널을 보고 홈트를 했는데, 혼자 너무 무리했는지 4월부터 몸이 하나씩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다가 아이들을 기관에 보낸 후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서 필라테스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하던 홈트와 달리 그룹 수업이 있지만 나를 봐주는 선생님이 계시니 확실히 효율이 좋았다. 부상도 적어져서 꼬박꼬박 수업에 가서 운동을 하니 체력이 한결 많이 좋아졌다.


2. 시간 확보: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땐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보내고 집 정리하고 운동 한번, 점심 한번 먹으면 하원시간. 두 학기째 보내니 그것도 적응이 돼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안배할 수 있게 되었다. 애들 등원하고 집 치우고 필라테스 갔다 오고 점심 먹고 그 이후의 시간들(1~2시간) 정도를 영어공부에 오롯이 투자했다. 


3.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공부: 나는 원래 누군가와 같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페이스대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육아를 하다 보니 내 의지는 왜 이리 잘 꺾이는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EBS이지 잉글리시(이보영 선생님이 개편으로 이지 잉글리시로 가셔서 갈아탐)를 인증하면 아, 오늘은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동기가 생긴다. 맨 처음에는 돈 쓰는 게 아까워서 본방, 재방으로만 공부했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쪼들려서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게 EBS어학당을 구독하게 되었다. 또, 단톡방, 카페에 열심히 인증하는 회원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들 열심히  하는구나'하며 자극을 많이 받아서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큰 힘이 될지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내 영어는 그냥 스타트 잉글리시에 맞았다. 대화문이 길지 않은 교재로 한 달간 적응을 해서, 이보영 선생님이 이지 잉글리시로 가시는 바람에 이지 잉글리시로 갈아탔지만, 스타트 잉글리시보다 두 줄 정도 길어져서 엄청나게 부담스럽지 않아 그냥저냥 잘 따라가고 있다.


4. 뚜렷한 목표의식: 그간 나는 막연하게 영어를 공부했다. 목표도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항상 흐지부지 끝났는데, 이번에는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나는 영원히 영어공부를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내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 일을 많이 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 아니면 앞으로 시간을 내기가 더  힘들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라는 대외 명분이 생겨서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공부의 이점


1. 자기 계발과 자기 만족: 육아를 해보니 아이와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사회와 단절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인스타에 보면 내 동기들은 일하느라 바쁜데, 나만 이렇게 도태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종종 생긴다. 그래도 영어공부를 하면 뭔가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된 느낌이다. 영어공부 좀 한다고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나의 발전을 위해 오늘 하루 중 얼마라도 나를 위해 쓴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엔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다. 다양한 경험은 살다보면 다 도움이 된다.


2. 아이들의 영어교육: 남편과 나는 결혼 전부터 웬만하면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 상 현실적으로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영어는 아무래도 언어다 보니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영어유치원이나 사설 학원은 보내고 싶지 않다. 나도 어릴 적 학원을 많이 다녀봤고, 또 전공이 (영어와 관련 없는) 제2외국어다 보니 대치동 어학원에서 잠시 알바를 해보기도 했다. 결국 다 학습지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었고, 과연 이런 수업 방식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 그저 나는 아이들이 영어와 좀 친해졌으면 좋겠다. 본인이 좋아하든 안 하든 환경을 조성해 주면 적어도 나중에 아이가 영어를 못하더라도 나는 그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엄마표 영어 채널의 유튜브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표 영어는 일찍 시작하라고... 왜? 그렇게 해야 엄마의 마음이 편하니깐". 대한민국에 살면서 엄마들은  한 번씩은 영어공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늦게 시작한 경우,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거나 버거워하면 엄마들이 자책을 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우리 쌍둥이들은 '이중언어'라는 말에 홀려 6개월부터 영어노래에 노출했는데,  어느 정도 말이 트인 25개월이 된 지금 둘째는 영어 동화책이나 중국어 동화책을 읽어주려 하면 내 입을 막는다. '내가 알아듣는 말을 해라' 뭐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첫째는 종종 영어동화책을 들고 온다. 이렇게 한 배에서 나온 아이들이지만 둘 다 기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반응도 다르다. 시간이 좀 지나고 아이들이 크기도 했고, 나도 육아 공부도 좀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듣다 보니, 내 육아관이 형성되었고 이젠 대강 상술과 관련된 워드쯤은 구별할 수 있다. (자나 깨나 상술에 홀려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된다!)

아이의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 실력에 비례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아이들 외국어 교육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건 다음에 다시 쓸 생각이다.


사실 시작은 아이들을 핑계로 시작한 영어공부지만,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 육아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창구다. 물론 영어공부를 쫌 한다고 내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위해 하루를 살아간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많은 책임감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그를 통해 부모도 성장한다. 나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자.


육아는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 거다.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숙제를 나에게 안겨주고 있다. 어제와 다르게 밥을 먹지 않거나, 떼를 너무 써서 가끔 나도 방 안에 들어가 나를 진정시켜야 할 때도 있다. 때론 나도 모르게 아이의 실수에 엉덩이를 팡팡 할 때도 있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고, 틈만 나면 안아달라 울고불고하는 애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된다. 내가 노력하고 있지만, 내 마음대로 안 될 때도 많고, 이게 맞는지 알 수 없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고 있는 기분도 든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플 때도 많아 응급실 뛰어갈 때도 종종 생겨서 내 계획대로 나를 위해 시간을 못 뺄 때도 많다. 이런 전쟁터에서 영어공부는 나에게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한바탕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다음 책상에 앉아 오늘 나갈 진도에 맞춰 필사를 하고 낭독해서 인증을 하면 그렇게 숙제를 마친 아이들마냥 개운할 수가 없다.  


숙제 같았던 낭필 프로젝트를 끝내면 이젠 그간 읽고 싶었던 원서를 읽어볼 요량이다.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서 사둔 책이 꽤 있는데 아직 시간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회화공부는 항상 그랬던 거처럼 <EBS이지잉글리시>와 함께 할 생각이다. 언어공부는 시간 투자와 비례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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