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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Sep 03. 2023

40대 딸둥이 엄마의 슬기로운 육아생활

단상_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

8월은 너무나도 힘든 한 달이었다.


어린이집 방학이 있고 남편 휴가가 있어 결국 24시간 아이들과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


집에 있든 밖에 있든 힘들긴 마찬가지. 


또 육아와 함께 수시로 날라들어오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게다가 첫째가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점프하는 바람에 내 눈은 밤탱이가 되어 한 2주 고생도 했다. 흡사 TV에 나올 번한 가정폭력을 당한 것처럼 눈이 멍들어서 남편은 무척이나 억울해했었다. 맞았으면 내가 맞았지라는 대사도 잊지 않고...


밖으로도 참 괴로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비롯해서 묻지 마 살해로 희생된 피해자들, 일본의 오염수 방류까지....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고 분노했던 한 달이었던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나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사실, 내가 고민하든 말든 아이들은 본인들 생긴 대로 잘 자라날 테지만....(부모가 욕심만 버리면 아이들은 잘 자라는 법이다).


어제는 1년 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2시부터 만나 8시까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친구네 막내딸 전화가 아니었으면 좀 더 늦게 헤어졌을 것이다.


지하철을 환승하려는데 어디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어떤 할머니가 쓰러져계셨다. 순간, 나는 119에 신고를 해야 될까? 아니면 가서 일으켜 세워드려야 되나,,, 갈팡질팡했었다. 어떡하지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셨다. 참, 다행인 순간이었다. 장정 네댓 명이 옆에 모여들었고, 할머니도 말씀을 하시길래... 아 기절하신 것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너도 나도 돕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니 참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유튜브에서 이런 말은 했다. 아이들이 크고 있는 그 순간들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맞다. 우리는 삶의 고달픔만 기억하고 나머지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은 쉬이 잊는다. 나 또한,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면서 뿌듯하고 감사했던 순간들이 많지만, 어느새 찾아오는 번아웃에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는다. 별거 아닌데도  화가 나고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싶기도 하다. 


비극적인 사건들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손을 걷어붙이는 사람들을 보니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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