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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Mar 07. 2022

43살에 쌍둥이를 낳았습니다만

임신 편 1

마흔셋, 누군가에게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나이.

임신 출산에 있어선 단연코 많은 나이다.


결혼한 지 1년이 되던 해, 임신소식이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다. 난임센터를 가게 된 계기도 좀 웃긴데 사실은 예약을 잘못해서 난임센터에 가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하는 거였는데 당연히 예약이 된 줄 알고 갔는데 웬걸 마지막 확인전화를 받아야 되는 거였다. 당연히 내가 찾은 선생님은 안 계시고…심지어 1년전에 진료를 받아서 다른 선생님과 착각했다는…


결국, 여차 저차 해서 왔다고 했더니 병원 창구에서 위층으로 가라해서 갔는데 난임센터였다는…(나라는 인간…)


마음 만나게 된 난임전문의의 모습은 얼굴이 하얗고 말간 여자 선생님이었다. 목소리도 여성스러우시고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같이 있던 간호사는 마르고 야리야리한 스타일이었는데 뭔가 분주해 보였다.


일단 검사를 해보자고 하셔서 남편과 함께 날짜를 잡는 것으로 나의 난임 여정은 시작이 되었다.


사실, 아이를 크게 바라서 간 건 아니었다. 매번 생리 때마다 임신이 됐나 또는 임신이 됐으면 어쩌나 하는 모순된 마음이 있었다. 임신을 하긴 해야겠는데, 또 막상 임신이 되면 나의 자유는 끝날 것 같고, 나에게 또 하나의 약점이 생길 것 같고…그런 막연함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나이가 나 이인만큼 아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병원에 가서 확실히 확인사실을 하고 싶었다. 임신 가능성이 희박할 거라고 하면 그럼 임신 생각하지 말아야지 했다.


검사 결과, 어머 웬걸 남편과   정상, 심지어 나는 자궁나이가 29.  웬일이니? 일단 자연임신을 시도해보자고 해서 배란 날을 받아와서  주에 열심히 노력해봤다. 그러나 결국  실패.


둘 다 아무 문제없다는데 또 임신에 실패한 것이다. 난임센터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우울했다.


담당의는 내게 자궁 플립 제거 수술을 추천했다. 자궁벽이 울퉁불퉁하면 착상이 힘들 거란 얘기에   있는  뭐든 해보고 그만둬야지 싶어 플립 제거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마취가  강하게 됐는지 수술  시간 후면  거라는 설명과 달리 4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헤롱거렸다. 아침 10시에 시술했는데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왔다. 이날  힘들어서 인공수정부터 차근차근하겠다는 생각이 바꿔서 그냥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곧바로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자궁이 깨끗해서 착상이 잘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결정을 번복하는데 한몫했다.


시험관 시술하면 흔히 떠올리는 과배란 주사부터 맞기 시작했다.  주사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하는데, 나는 오히려  주사를 맞는 것보다, 착상과 임신유지를 위해 맞는 유산방지 주사(일명 기름 주사) 질정이 힘들었다.  주사는 다른 곳에서 주사비만 내고 맞을  있는데 해당 병원에서 거절당하거나 또는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병원에서 맞으면 진짜 아프다.


기름 주사는 기름처럼 생겼는데 이게 엉덩이 피부에 맞으면 맞는 곳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놓아줘야 덜 아프다. 그렇지 않으면 맞은 곳이 돌처럼 딱딱해져 무척이나 아프다. 남편은 매일 밤 주사 맞은 부위를 풀어주기 위해 마사지를 해줬는데도 그 통증이 꽤 오래갔다. 내 기억으론 임신 6개월? 까지 간 듯… 임신 초반에 맞은 건데 한 석 달 정도 맞은 부위가 얼얼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질정을 요청했다. 질정도 기분이 딱히 좋진 않았지만, 혼자 해결이 가능하므로 차라리 그게 나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특히나 힘든 것은 임신이 언제 될지, 또 아이가 건강할지 같은 불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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