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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Sep 13. 2023

40대 쌍둥이맘의 슬기로운 육아생활을 위한 고민

체벌 편_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디까지 들을 것인가?(주저리주저리)

쌍둥이들은 28개월이 되었다. 요즘 말도 잘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늘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가끔 큰 사고들을 치기도 한다.


7월 말 어린이집 방학을 하고 나 혼자 있을 때 일이다. 전날부터 방학이었는데 오래간만에 하루종일 애들을 보려니 좀 힘들었는데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었고, 애들은 침대에서 놀고 있었다. 평소에도 첫째 아이는 자주 엄마나 아빠한테 점프를 해서 뛰어들곤 했다. 그땐 주로 배나 가슴이었다. 물론 그 행동을 할 때마다 하지 말라고 다친다며 주의를 주었지만, 애들이 그런 말을 어디 듣나? (이 나이에 잘 듣는 것도 이상하다)


결국 일은 터졌다. 첫째가 누워있는 내 머리 위로 점프를 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점프를 했는데 거기가 내 머리가 있었던거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눈 쪽에는 뭔가 '빡'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화가 나서 나는 이성의 끈을 놓고 아이 엉덩이를 세게 세대를 때리고 소리를 질렀다.


"너 이거 뭐 하는 짓이야!!!!!!!!!"


같은 장소에 있다간 애한테 욕할 거 같아서 가까스로 정신줄을 부여잡고 작은 방으로 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오!!!!! 첫째가 내 눈퉁이를 밤탱이로 만들어놨어!!!!!!!" 그리고 남편에게 욕을 퍼부었다.


남편의 말론 내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았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내 얼굴을 거울로 비쳐보니, 그야말로 TV에서나 볼듯한 가정폭력을 당한 여자의 눈퉁이 밤탱이 분장 같이 퉁퉁 부어있었다. 아이는 부딪친 부분만 살짝 분홍색만 띄고  다른 상처는 없었다. (다음날엔 흔적도 없었다)

아이한테 부딪친 직후. 많이 추하지만...사진이 그 아픔을 못 담아내는듯

그대로 나는 어린이집에 긴급 보육 가능하냐며 전화를 걸어 애 둘을 맡기고 근처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왜 선글라스는 안 쓰고 갔는지... 아, 부끄럽다. 뼈에 이상은 없었고, 간단한 약처방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휴가기간 내내 나는 선글라스를 내 몸처럼 끼고 있었다. 둘째가 장염에 걸려 응급실에 갔을 때도, 첫째가 고열로 소아과에 갔을 때, 건강 검진을 할 때도 어쩔 수 끼고 있었는데, 참 민망했다.


이 사건 덕분에 첫째는 꽤 오랫동안 점프를 하진 않았다. 나도 애들이 뛰어들려고 하면 내 얼굴을 반사적으로 지킨다.


이번 사건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렇게 다치는 엄마가 많다고 한다. 애한테 눈을 찔려서 오는 엄마들이 그리 많다며... 건강검진에서 만난 간호사님은 자기는 이가 나갔었다고 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그전까지는 정말 체벌하지 말아야지, 엉덩이 맴매를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근데 애가 크면 클수록 위험한 장난을  하고, 또 말귀를 알아듣는 데, 저지레를 할 때 적절한 훈육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애가 마트에 가서 드러눕거나 하면 진짜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나 사소한 부분에서다.


예를 들어 주방에 있는 쌀통을 애들이 보고 있다. 나는 분명 경고한다. 보는 것까진 괜찮아. 하지만, 애들은 "네~엄마"하며 보고만 있지 않는다. 쌀을 바닥에 뿌린다. 그럼 어떻게 하나? 어떤 전문가는 그럴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한다. 그럼 그 쌀통을 어디다 갖다 놓으리? 집이 좁아터져 나갈 거 같은데....


비슷한 상황 하나 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이 놈의 시끼'라는 말을 배워왔는데,  장난이라고 아빠한테 시전을 했다. 아빠는 여러 번 훈육을 했지만, 아이는 그 상황이 멋쩍었는지 자꾸 웃는다. 결국 아빠는 아이의 발바닥을 때렸다. 할 때마다 한 대씩... 그 말하면 아빠는 계속 발바닥 때릴 거야. 나쁜 말이야. 하면 안 돼.. 결국 아이는 세 번 정도 하다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것도 체벌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아빠가 아이를 대했어야 했을까? 애들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 하지 말라며 따로 훈육을 했어야 했을까? 굳이? 그렇다고 아직 어린애를 방에  혼자 두는 것도 무서움을 일으키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내가 또 이 방법을 여러 번 써봤는데 나중엔 아이가 자기 관심받고 싶으면 이런 행동을 유도했다. 일부러 자꾸 해서 엄마가 자기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아이에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반응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무관심이 답이지만, 손님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나는 어제 아이 엉덩이를 때렸다. 샤워하고 기저귀를 안 차고 도망가 서다.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가, "기저귀 안 차면 이렇게 아파"하며 때렸다. 그렇게 맞았다고 아이가 "네, 엄마." 하며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장난기가 없어지진 않았지만, 내가 자꾸 그러면 또 때릴 거라는 말을 했더니 두어 번 장난치는 시늉을 하다가 결국 기저귀를 찼다. 내가 공포심을 심어준 걸까?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점이 전문가들 주장처럼 했다간 애들은 방종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가 아이 엉덩이를 때린 것이 잘했다고, 올바른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이유는 아이에게 무기로 쓸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동영상이나 휴대폰이 있는 나이대가 아니니 사용제한으로 행동 교정도 어렵고, 이제 말이 통하는 나이니 한번 아니 여러 번 말한다고 듣지도 않는다. 애를 붙잡고 눈을 마주치며 하지 말라고 매번 그래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쌀이 바닥에 뿌려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애 눈 마주치며 얘기하리?  그러면 누군가는 그러겠지.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아니, 그럴 상황이 될 거라고 예상했냐고? 내가 예언자냐? 상황 만들지 말라면 그냥 애들 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말이랑 똑같은 거지. 쌀통에 그럼 쌀을 넣지 뭘 넣나?


여기는 드는 의문점 하나, 그렇게 전문가들이 많고 애 안 때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진상들은 왜 이렇게 넘쳐나고 애들 버릇은 왜 이렇게 없고, 애들 안 때린다면서 학교 선생님 괴롭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거지?


물론 오은영박사의 훈육론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은 있다. 체벌을 하면 강도가 점점 높아져야 한다고. 오늘은 한 대 때리면 됐는데 내일은 두대 때려야 한다. 점점 그러다 보면 수위가 높아진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렇다. 어제는 세대를 때렸지만, 오늘 아침에는 다섯 대가 됐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멈추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체벌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는 말이 다시금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아이가 행동을 멈춘 것이 체벌 때문인지, 아니면 내 표정과 행동으로 인지를 해서인지도 확실치 않다. 계속 고민을 해야될 문제인거 같다. (아이고 머리야...)


P.S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마세요. 제가 더 많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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