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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Sep 10. 2023

집단의 압력에 맞서 일관성 있는 견해를 유지하는 법

사람은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사회심리학의 ‘동조(conformity)’라는 개념이다. 

솔로몬 애쉬의 실험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 집단의 압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향을 뜻한다. 


동조실험은 아래와 같은 절차로 이루어졌다. 실험참여자들은 종이에 그려진 선분의 길이를 보고 기억한 후, 다음에 제시되는 세 개의 선분 중에서 같은 길이의 선분을 고르도록 지시받는다.

제시되는 세 선분의 길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틀릴 수 없는 그런 과제였다. 그런데 실험에는 트릭이 숨어있었다. 실험참여자들 중 실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연구자와 미리 짜고 틀린 대답을 하도록 약속한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실험참여자는 연구자와 짠 다른 가짜 참여자들이 모두 대답하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대답하도록 순서가 정해졌고, 앞선 참여자들이 틀린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며 동조압력을 느낀 실제 참여자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대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애초에 인간이 무리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생존 때문이었고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효과는 유전자에 새겨졌을 터이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집단에 속해 있는 편이 유리하다는 인식은 모든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모든 동조가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단의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 오히려 집단의 안위와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집단에 동조하지 않은 소수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른바 집단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소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개개인의 생존과 집단의 유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 사회에는 집단의 압력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반복 연구된 동조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2, 3명은 앞 사람들의 대답과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늘 자신의 견해와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특정 사안에 대한 나만의 견해가 있더라도 어떠한 이유에서건 기존 견해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집단의 동조압력은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대표적인 경우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학생이 뉴진스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학생이 속한 그룹은 아이브 팬클럽이다. 이 학생은 개인적으로 뉴진스를 좋아하지만 친구들 무리에 끼고 싶어서 겉으로는 아이브 팬을 자처한다. 이런 경우, 불편한 감정이 든다. 기존의 태도와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인지부조화가 발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불편한 느낌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왕에 해 버린 행동(난 아이브 팬이야)에 맞춰 기존의 태도를 수정하게 되는데,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게 된다(난 사실 뉴진스 별로야). 이것이 집단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기존의 태도가 바뀌는 메카니즘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자신의 기존 태도가 명확하지 않거나 태도 유지의 동기보다 집단에 대한 소속 동기가 더 클 때 쉽게 나타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이나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우선하는 이들에게 집단에 대한 동조와 동조로 인한 태도변화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따라서 자신만의 견해를 일관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확고한 자기 정체성에서 출발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때문에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간다는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집단의 압력에 따라 자신의 생각이 휙휙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동조#태도#인지부조화#자기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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