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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pr 27. 2024

애착 유형과 사랑

문제적 로맨스 심리사전(2)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남녀공학을 다녔던 필자는 학교에서 자꾸 눈이 가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귀여운 소녀였다(추억 보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참 동안 혼자 끙끙 앓던 끝에 그녀가 친구의 여자친구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필자는 그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것을 부탁했고, 친구들의 활약으로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었다. 


어느 화창한 주말, 한 공원에서 우리는 만났다. 첫 만남이라 필자의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도 함께였다. 그녀가 만남에 응해주었다는 사실은 그녀도 어느 정도는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 아닌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나름 깔끔한 코디까지 갖추고 공원으로 향한 필자는... 그녀를 마주한 순간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는데...

약간 닮음

남중을 나와 여학생이 낯설어서, 숫기가 없어서, 부끄러워서 등의 이유가 아니었다. 남중을 다녔지만 교회에서 여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해봤고, 숫기가 없다면 이런 만남을 추진할 생각도 못했겠지. 그 감정은 당혹 또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그녀가 상큼한 옷차림으로 나를 만나기 위해 나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황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이건 생각 못했는데?!’ ‘설마 나한테 마음이 있나?’ ‘그럼 이제 어떡하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만남은 흐지부지 끝났고 그렇게 필자의 짝사랑은 끝났다.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상대방이 다가오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몇 번은 경험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행동 유형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도 그 후로 몇 번의 짝사랑을 그런 식으로 떠나보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내 문제일 수 있구나.

존 볼비

심리학자들은 사랑하는 대상과 관련한 행동을 애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愛사랑 애, 着붙을 착을 쓰는 애착이란,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하거나 그런 마음을 뜻한다. 영어로는 attachement로, ‘attach’라는 붙이다, 들러붙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 애착은 애착연구의 선구자인 존 볼비(Jonh Bowlby)의 정의를 따른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     


볼비는 2차 세계대전 시기 늘어난 청소년 범죄에 주목했고 절도 경험이 있는 비행청소년 44명을 조사한 결과, 심한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는 12명의 아이들 모두 5살 이전까지 안정적으로 돌봐주는 양육자가 부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쟁이 끝난 후 런던의 한 아동 상담소에서 일하며 볼비는 양육자와 떨어져 지내는 아동들에게 관찰하고,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어린시절의 경험이 인간의 생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게 되었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주양육자와의 애착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양육자(대개 어머니)의 양육에 따라 아기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법과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을 발달시킨다. 볼비는 개인의 생애 전 발달과정에서 친밀한 관계 형성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 애착을 형성하며, 친밀한 관계에 대한 개인의 경험에 따라 애착 유형 혹은 친밀한 관계 양식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초기 애착 유형

볼비의 제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애착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애착 유형은 아이를 낯선 상황에 홀로 남겨지게 하고 주양육자가 돌아왔을 때의 반응에 따라 구분된다. 

메리 에인스워스

먼저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은 가장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 유형이다. 안정 애착을 가진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졌다 다시 만난 후에도 안정감을 느끼며 기쁨을 표현하고, 낯선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불안해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일관된 지지를 보내며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한다.


두 번째는 불안-회피 애착(Anxious-Avoidant Attachment)이다. 불안-회피 애착은 부모나 주 양육자에게서 감정적인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 애착 유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부재나 이탈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낯선 어른과 상호작용할 때도 무신경한 모습을 보인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의사소통을 제한하거나 부정적으로 대응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독립적이며 자기 보호적인 경향이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불안-저항 애착(Anxious-Ambivalent Attachment/Resistant Attachment)이다. 불안-저항 애착은 아이가 부모나 주 양육자에게 지속적인 감정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애착 유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부재나 이탈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며, 낯선 어른과 상호작용할 때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불안하며, 부모의 도움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진정시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유형은 혼란 애착(Disorganized Attachment)이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부모나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나타낸다. 상황에 따라 아동은 부모를 향해 안전을 찾으려 하지만, 동시에 부모로부터 두려움을 느끼며 회피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동들의 심리는 과거의 상처나 부정적인 경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성인 애착 유형

셰이버는 이러한 초기 애착이론을 확장하여 성인기 남녀의 사랑 행동을 설명하였다. 생애 초기에 형성된 애착이 성인이 된 이후 만나게 되는 이성 친구나 배우자 등의 친밀한 관계와의 애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아기의 유대와 성인기의 사랑은 시선 교환과 포옹, 접촉, 어루만짐, 미소, 울음, 매달림, 힘들 때 파트너(부모나 낭만적인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위로받고 싶은 욕구, 분노의 경험, 헤어짐이나 상실에 따른 슬픔, 다시 만났을 때의 행복과 기쁨의 경험 면에서 유사하다. 

셰이버는 성인의 애착 유형을 자신에 대한 불안과 타인에 대한 회피 두 차원으로 나누고, 불안과 회피의 높고 낮음에 따라 네 개의 유형-안정형, 밀착형, 무시적 회피형, 공포적 회피형으로 구분한다.     불안 차원의 지수가 높으면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표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불안한 ‘정서’를 자주 느끼며, 회피 차원의 지수가 높으면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표상을 가지고 있어 타인에게서 멀어지려는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 유형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부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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