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로맨스 심리사전 (1)
편집성 성격장애는 집착과 의심, 피해망상을 특징으로 한다. 편집성 성격장애 환자들의 연애 형태는 의처증 또는 의부증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피우려 한다는) 의심으로 끊임없이 상대방을 구속하고 속박하려 한다. 상대방이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하는 어떤 증거도 믿지 않으며 모든 정황과 증거들을 상대방의 바람으로 ‘편집’한다.
편집성 성격과의 연애 또는 결혼은 예정된 파국으로 치닫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오셀로는 이아고의 꾐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와 부관 카시오의 관계를 의심한다. 중간에 뭐가 많이 생략되긴 했지만 결국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한다.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보라는 주변인들의 권고는 바람난 상대방과 짜고 치는 고스톱 정도로 해석되며, 헤어지자는 요구 또한 “나랑 헤어지고 이제 그놈/년 만나겠다고?!”라는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별, 이혼으로 끝나면 다행이고 불행한 경우 언론매체의 사회면에 등장하는 강력 사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성격 스펙트럼
편집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사람들은 드물다. 편집성 성격의 범주에 들지만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은 사람들의 언행은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많고 꼼꼼하게 챙겨주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관심의 정도가 지나치면 집착이고, 집착에 더해 날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병이다.
많이 하는 행동
-나에게 관심이 많다
-나의 하루 일과, 누굴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등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다
-내가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기분 나빠한다
-내가 다른 이성을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다른 이성과 만나거나 대화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보고하게 한다
-내가 다른 이성을 만나거나 대화했다고 폭언, 폭행 등을 한다
많이 하는 말
-그때 어디서 뭐 했어? 누구랑 있었어?
-너 다른 사람 있지? 바람 피우지?
-그 사람 만나지 마.
-나를 속이려는 거지?
편집성 성격의 원인
1) 학대적 양육
편집성 성격은 영아기(0~2세)의 신뢰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주양육자(부모)의 학대적인 양육을 원인으로 본다. 이 시기는 갓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타인(주양육자)을 접하며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시기다. 주양육자(전통적으로 대개 엄마)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아이는 주양육자의 태도로부터 자기상 및 대인관계의 기술을 받아들인다.
이때 신뢰로운, 즉 애정에 기반한 일관적인 양육태도는 아이가 세상을 신뢰롭게 지각하도록 만드는데, 주양육자의 학대적인 양육은 아이에게 타인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나를 낳은 사람부터 나에게 해를 끼치는데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 것인가. 따라서 학대적인 양육을 받은 아이는 타인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2) 트라우마 - 남근기 혹은 청소년기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정, 또는 이전 연애에서 연인의 부정이 트라우마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성은 부정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편집성 성격의 잘못된 연애관 –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또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이 문제가 된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때로는 구속할 때도 있지만, 사랑은 일방적 소유-종속 관계가 아니라 독립된 두 성인의 동등한 관계다.
좋지 못한 성격 조합
편집성 성격은 모든 사람들에게 버거운 상대지만 특히 의존할 상대가 필요한 의존성 성격과 이성의 관심이 필요한 히스테리성 성격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의존성 성격 – 의존성 성격의 소유자들은 편집성 성격의 가스라이팅에 취약하다. 이들의 집착을 사랑과 관심으로 받아들여 벗어나지 못하고 착취적인 관계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좋은 말로 하면 꽉 잡혀 사는 것이고 안좋게 가면 폭언, 폭행에 시달리며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된다.
히스테리성 성격 – 편집성 성격의 사람들은 금세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히스테리성 연인을 견디지 못하고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히스테리성 성격들의 밀당(?)이 편집성 성격의 분노를 자극하여 강력 사건에 준하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반사회성 성격 – 편집성 성격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 케이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반사회성 성격은 편집성 성격의 집착을 귀찮아하며 반사회적 방법으로 헤어질 결심을 실행할 수 있다.
경계선 성격 – 불안한 자기상으로 상대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경계선 성격은 편집성 성격과 의외로 잘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편집성 성격의 의심이 시작되면 경계성 성격의 불안정성과 충동성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편집성 성격과의 상호작용/대응 방안
-관계 초반에 관심과 집착의 경계를 명확히 한다
-지나친 관심에 불편감을 표현한다
-지나친 행동에 경고를 보낸다
-바뀔 의지가 있으면 상담 등을 권한다
-선을 넘으면 결별한다
-결별선언 후 집착행동이 나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한다
-주거침입, 폭행 등 도를 넘는 행동을 하면 경찰에 신고한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 위험신호를 감지하면 반드시 주변인, 공권력의 도움을 요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