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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Sep 27. 2023

우리는 왜 팝업스토어에 열광할까

캐릭터 산업의 성장, 팝업스토어의 열풍으로 이어지다


시작하며


최근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그룹 뉴진스(New Jeans)의 미니 2집 앨범 발매를 맞아 지난 8월 11일부터 31일까지 홍대와 강남 라인 프렌즈(LINE FRIENDS) 스토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3주 간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약 5만 5천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와 미국 시카고에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약 2만 5천명의 방문객이 찾았습니다. 


뉴진스 x LINE FIRENDS 팝업스토어 강남 / ⓒ 조선비즈


그리고 닌텐도(Nintendo)도 작년과 올 해 2월에 이어 다음 달 20일부터 서울 용산에서 「Nintendo POP-UP STORE in SEOUL」을 오픈할 것임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죠. 


닌텐도가 한국에 팝업스토어를 오픈 할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팝업스토어도 많은 방문객들의 참여는 물론, 성공적인 팝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 인터넷의 팝업 창처럼 작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오프라인 매장은 최근 젊은 세대들의 인기에 힘입어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년 간 유통업계에 있어 가장 뜨거운 키워드이기도 하죠. 백화점이나 주요 쇼핑몰을 기반으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체험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세대들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현재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 오픈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한국 소비자들은 지금 팝업스토어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유통업계는 왜 팝업스토어에 이토록 진심일 수 밖에 없는 걸까요?



INSTAGRAMABLE


요즘 팝업스토어는 웹툰, 유튜버, 예능프로그램, 게임, 침대, 식품, 기념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좋아하던 것들을 소비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젊은 세대들은 소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본인만의 공간(SNS)에 업로드하며 바이럴 마케팅도 이루어져 기업에게는 매출과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취미 생활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굿즈들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닌 SNS를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전에 팝업스토어는 특정 브랜드의 신제품 홍보나 매출 상승을 위한 반짝 프로모션에 불과했다면, 요즘은 상품 판매와 더불어 체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기 위해 팝업 공간 전체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하게 꾸미고 있습니다. 


인증샷 열풍으로 늘어난 인스타그램 이용자 / ⓒ 중앙일보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신조어로, ‘누가 보아도 예쁘고 독특한 느낌’의 ‘사진이 예쁘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의미합니다. 젊은 세대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음식의 플레이팅이나 상품 진열 상태, 관광지의 포토존 등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꾸미는 것이 최근 필수적인 마케팅 요소이기도 합니다.



앙꼬(あんこ) 없는 찐빵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를 열어도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팝업을 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침대 브랜드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Simons Grocery Store)’을 들 수 있습니다. 


ⓒ SIMMONS GROCERY STORE


침대 브랜드임에도 팝업 스토어 어디에도 침대 관련 상품은 없고 대신 이색적인 굿즈와 식품을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공간 자체를 활용하여 지역 사회에 공헌을 하는 ESG 활동으로 연계를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상품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낙후된 상권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 기반 상품들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만 팝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ESG 마케팅을 접목하려는 모습들을 유통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팝업에 진심일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팝업스토어는 유통업계에서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홍보 전략입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온라인 매출은 계속 늘어나며 이제 온·오프라인 매출이 역전 될 상황임에도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오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프라인 매출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가치 소비를 지향하면서 생긴 마케팅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을 비롯한 가치소비 기반 팝업스토어 사례 / ⓒ 현대백화점
ⓒ MZ세대는 가치소비 세대


오프라인 팝업을 통해 그 브랜드와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위에서 이야기했던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와 맞물리면서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얻을 수 없는 ‘경험과 체험’이라는 가치를 오프라인에 남겨두고, 그렇게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통해 온라인에서 매출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것이죠.


또한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도 한 몫 합니다. 이전에는 주요 브랜드들이 강남, 명동과 같이 주요 지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장기간 지속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쉽게 입점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특정 공간에 단기 계약을 통해 공간을 확보하고, SNS를 통해 마케팅을 함으로써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누릴 수 있는 마케팅 환경이 열린 것입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를 통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사례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규제와 오프라인 시장 축소로 인해 신규 매장을 열기는 커녕 폐점이 이어지고 있는 유통업계에게 유휴 매장을 활용하고 그로 인한 모객을 통해 부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172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 공지


마지막으로, 캐릭터나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나 상품과의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캐릭터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고, 여러가지 외부 상황과 맞물리며 현재 한국에서 팝업스토어가 열풍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마치며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다양한 팝업스토어들을 체험하고 방문했었습니다. 지난 8월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열린 LINE FRIENDS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었는데요. 이 곳에 방문하고 한국의 팝업스토어를 다시 바라보니 한국이 현재 얼마나 팝업스토어에 진심인 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8월 중순 일본 후쿠오카에서 진행한 LINE 팝업스토어, 여기 말고도 조금 더 있었지만 한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다.


얼마 전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팝업스토어 성지 중 하나인 ‘더 현대 서울’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여는 인근 매장의 매출이 다른 곳의 매장보다 7배 높다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팝업스토어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모객효과도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철거되고 있는 팝업스토어 현장 / ⓒ 세계일보


팝업스토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최근에 많은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수준 낮은 팝업스토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고, 팝업스토어 철거 후 버려지는 폐기물에 대한 환경 파괴 논란도 이어지고 있지만, 팝업스토어는 저비용 고효율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략으로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글은 일본 비즈니스 뉴스레터 'KORIT'에 업로드 될 예정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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