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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Jul 07. 2022

여덟 번째 수요일



3년 전,  아파트에 처음 이사올 때 우리 동 앞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았다.

  우리 집 고양이와 비슷하게 흰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를 가진  마리의 고양이에게 마음을 잔뜩 줘버렸다.  위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검은색 무늬가 있던 녀석은 김부각을 얹어놓은 듯하여 부각이라 이름 짓고, 유난히 예쁜 얼굴과 하얀 몸을 가진 녀석은 웅크린 모습이  찰떡아이스같아 줄여 찰스라 이름 지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에도, 잠깐의 산책길에도 풀 속에서 녀석들을 찾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나의 낙이었다.


  일 년쯤 지났을까,  붙어있던  녀석 중 부각이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찰스보다는 조금  야위고 꼬질 해 보였지만 보다 용감하고 단단해 보였기에 걱정을 덜했던  같기도 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막연히 어딘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같기도 하다. 남은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고도 살아갈  있었던  같기도 하다.

 

  찰스는 소심한 성격에 너무 약해 보여서  걱정이었다. 부각이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모습에 더욱더 눈길이 갔다. 그래도 볼 때마다 걱정보단 평온해 보였고 물과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아이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속단했다.

 

  지난 월요일, 잠시  앞을 나왔다가 평소엔 녀석이 있을  없는 주차장 앞 도로 한복판에서 찰스를 맞닥뜨렸다. 오랜만에 마주한 찰스는 몰라보게 야윈 몸에 윤기 없어진 털로 힘겨운 듯 누워있었다. 예민한 아이가 내가 바로 옆에 갈 때까지 움직임  번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쭈그려 앉아 살펴보니 숨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너무 놀란 마음에 그대로 멈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찰스가 죽을  같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도로 앞이었기에 혹시나 사고를 당할까 싶어 자리라도 옮겨주려는 찰나, 그래도 사람의 손길은 싫었던지 몸을 일으켜  밑으로 숨어버렸다. 정신없이 일단 집으로 들어와  한 컵과 간식 사료를 닥치는 대로 주머니에 넣고 다시 내려왔다. 인도에 다시 올라와 있는 찰스에게 물도 주고 추르도 짜줬지만 얼굴조차 가져다 대지 못했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고 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아파트 분위기를 알기에 조용히 뒤편에 앉아 아이가 제발 물이라도 조금 먹어주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한참을 멀리서 지켜보아도 차도가 없었다. 결국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자 녀석은 어딘가로 달아나 숨어버렸다.



  그날 밤도 어제도 오늘도 녀석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이제는 행복 회로를 돌릴 수가 없었다.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어쩌면 그날이 찰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구나..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구의 다른 생명체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뺏고 있을까.  우리 마음대로 갈아엎은  . 우리가  내고 샀으니 우리 것이라고 착각하는  주거지. 이곳에 사는 생명체들을 우린 무슨 권리로 쫓아내고 괴롭히고 무시하는 걸까. 다시 한번 인간이 싫어지는 날이다. 이미 중성화 수술도 되어있고 터를 잡은 우리 단지에 사는 고양이들인데 상생하는 방법 정도는 고민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고양이  금지라는 아파트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날이 떠올랐다. 우리는 달라질  있을까.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들에는 다른 생명들이 자리할 자리가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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