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들의 흔적을 살펴보니 참 부지런했다.
십여 년을 여행 중독처럼 살아오다가 코로나로 막힌 지 이제 3년이 되어가는데 뭔가 욕구도 옛날만큼 생기지도 않고, 귀찮기도 하다. 예전에는 무슨 열정과 체력으로 저렇게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나 싶다. 인간은 정녕 적응의 동물인가. 비행기 티켓 사고, 여행 준비하는 낙으로 버티던 회사생활. 생각해보니 지금은 무슨 낙으로 버티고 있었나? 의문이 들었다. 예전에는 열받으면 인터넷 창 열어 티켓 알아보고 휴가 쓸 날자를 찾았는데,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는데 풀 곳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여행을 안 가니 정~말 행복하다 싶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다 허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행복을 찾는 걸 그땐 더 소홀히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에펠탑 사진을 봐도 스페인 사진을 봐도 여행이 그저 귀찮아지는 비 오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