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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Jul 21. 2022

열 번째 수요일

사람을 특정 카테고리로 뭉뚱그려 나누어버리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만 정신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또다시 박스를 열어 열심히 분류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79억의 인간 중 단 한명일뿐이고,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그중 많아봐야 고작 몇 백 명 정도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내가 얼마나 비좁은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더 비좁은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는지 알게 된다. 물론 객관적으론 그렇다. 문제는 내 안에는 너무나 주관적인 내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 넘치는 저 사람은 분명 밥맛일 거야 하고 신나게 <잘난척하는 인간>의 바구니 속으로 그 사람을 분류해 던져버린다. 운 좋게 그 분류가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난 바구니를 더 견고히 한다. 역시 삼십여 년간 내가 분류한 이 체계가 아주 정확하구나. 나는 묘하게 기뻐진다. 물론 안 맞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분류 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틀렸는지도 잘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틀렸다는 것을 직면하게 되더라도, 나는 외면했다. 받아들여야 하는데 오히려 모르는 척했던 것 같다. 이걸 꼰대라고 하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인간은 끔찍하다. 내가 그런 인간이 되어가다니 더욱 끔찍하다. 물론 경험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나를 해할 수 있는 위험 상대를 내 삶에서 제거해나가는 것은 생명체가 가진 본능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위험 감지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을 , 사회를, 세상을 내가 아는 것에 비추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것에 앞서 나는 나를 세상의 틀에 끼워 맞춰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모호하고 어지러운 마음들을 사람들의 그것과 동일시하며 같이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나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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