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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r 24. 2024

그는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부럽지

부럽다는 감정도 자연스러운 바람 같은 것

하라, 하지 말라는 말이 참 꼰데스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든다.


꼰데라는 태그 안에는 상대방이 듣기 좋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물어보기 전에 미리 대비하길 바라며 말하면 오히려 고맙게 여기는 대신 굳이 서운함을 키우는 잔소리가 된다는 걸, 경험해 보고 알았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단소리도 쓴소리도 될 수 있고, 내가 들을 준비가 되고 듣고 싶으니 이야기해달라고 청하기 전에는 꺼내지 않기로 했다.


'잘 해라'라는 말, 결코 근시안적으로 짧은 마음에 함부로 꺼낸 말은 아니었는데, 안하던 사람이 하니 그렇게 속상한 말이 되었는지 하루 지나 너무 서운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마음 뜨끔, 따끔하게 오래 기억되는 나름 큰 교훈이고, 그 전에는 그런 적이 없어서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만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서운함을 내비친 후배님은 내 사과도 잘 받아주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 속 아이를 키우는 책임자의 의무와 일터 안의 질서를 나름대로 잘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헤어졌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명확해 보이는 일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직무였는데, 내가 경험한 시기는 과도기여서 약간 특이하게 업무를 악착같이 해 나갔던 것(전무후무할 급성장 시기를 꼬이고 비틀리면서 지나다보니)이고, 그 뒤로는 안정 혹은 조정기였는데, 후배님들이 나처럼 할 수도 없는 일에다가 다른 부서 분들의 기대 어린 말들을 듣고, 과도한 책임감을 느낀 나머지 이 분들의 고충을 듣기도 전에 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차례 꼰데가 되었다가 이내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인 것을 느끼고,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 내 이야기를 더해 위로를 전하는 역할로 말이다.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의 도움을 주는 방식이라는 것을 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느꼈다.


서운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건 그 들이 MZ라서 직설적이라고, 우리 때와 달리 참을성도 예의도 없다고만 단편적으로 싸잡아서 말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 자리를 매일 매 순간 버텨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들이다.

 

서운하다고 할만 하니 어렵게 말을 했을테고, 나도 사과 할 만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했으며, 그 이후 내게는 그 어떤 경청이나 리더십에 대한 책들 속 남의 이야기보다 더 깊이, 더 오래 곱씹게 되는 의미있는 사건이 되었다.


문장수집에 진심은 아닌데, 2가지만 골라서 가져가라고 해서 오래 들여다보고 아래 2장을 뽑았다. 사실 처음에는 누워있는 책갈피를 다 가져가도 되는 줄 알고 이 것 저 것 많이 손에 쥐었다가 세로 판넬에 작게 써 있는 '1인당 2장'을 나중에 보고 (그 안내를 나중에 본 것을 원망하며) 다 원래 자리로 고이 돌려놓고 나서 최종적으로 내 손에 남은 두 장이다.


너무 커서 닿을 수도 없는 꿈과 목표를 세워 스스로를 괴롭히기 보다는, 내 기분을 미세하게 잘 살피고, 내 몸과 마음을 섬세하게 잘 돌봐주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


꼭 해야할 말이라면 신중한 단어들을 골라서 꼭 전하고 표현하는 것도 '삶의 지혜'니까, 할 말을 감히 두렵고 겁이 나서 못 한 나머지 내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고 서걱서걱한 재가 되서 결국 흔적도 없이 소멸되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

이런 좋은 글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아니 사실은 좋은 말들을 꺼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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