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라는 두 글자는 생각보다 대단히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는데,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제대로 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 같은 것이었다.
건강한 신체인 적은 없지만 비교적 고통이라는 것을 크게 느끼지 않을 때는 '그래 건강이 중요하지' 하는 피상적인 동의였다면, 진짜 고통이 뭔지 체감하며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될 때의 괴로움까지 실제로 겪고 나면, '이럴 때가 아니다. 당장 뭐라도 안하고 이렇게 지내면 곧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지체없는 강한 실행력이 콸콸콸 솟구쳐 올라온다.
읽고 싶은 책이 천장에 닿을 지경인데, 손도 못대고 있다.
진작에 읽고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완독했다.
계속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마음 껏 하기 위해 매일 러닝중이다.
좋은 글들을 찾아보는 것, 책을 편안하게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은 모두 내가 아프면 할 수 없는 것이자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20대 말을 치열하고 지난하게 지나고 있던 동료와 언젠가 나눴던 이야기 중 가끔 기억나는 대목이 있다. 퇴근 후 매일 발레를 한다는 동료는 '이렇게 회사 생활만 하다간 죽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 상관없이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요가든 뭐든 아무 것도 안 하면 어디가 아프든지 회사 등 삶 속 온갖 스트레스에 파묻혀 죽을 것 같다'는 공통된 대화로 귀결됐다.
나는 애초에 몸이 건강했던 적이 없으면서도 매일 하는 운동을 대단히 늦게 시작한 편인데,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가 더 이상 소용없어질 지경이 되서 정신 차린 축이다.
작년 광복절 8월 15일부터 뛰기 시작했고, 추운 겨울은 잠시 쉬었지만 지난 내 인생 통틀어 꽤나 오래 꾸준히 달리기 루틴을 진행하면서 아주 약간 몸 상태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인다.
너무 미안하다. 내 몸에게. 오래 방치한 벌이 꽤나 찌릿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은 더디지만 기록되는 숫자들은 짜릿하다.
'러너스 하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조금씩 더 오래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되는 모습, 지표가 나아지는 건 희망적이고, 성장 과몰입러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올해는 겨울에도 계속 달릴 예정이다. 그래야 글도 마음껏 읽고 내 생각도 꺼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