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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6일

by 꽃반지

긴 연휴, 집에 들일 가구를 고르고 고르다 컬리에서 가구를 샀다. 배송이 늦어진다는 후기가 있어 한 달 정도 기다리겠거니 했는데 그저께 배송 담당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배송해 준다는 거였는데, 평일엔 시간이 안된다고 하니 "아침 7시에 갑니다!"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다들 바쁘니 이제는 가구 배송도 아침에 되는구나 싶었다.


아침 7시에 누군가 집에 온다는 것과 배송료 3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이틀 내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간밤에 배송기사님이 가구 배송을 해주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오랜 로망인) 한옥에 살고 있었는데 배송기사님이 배송료를 안 받고 가구를 배달해 주었다. 배송기사님은 집을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나가더니 잠시 뒤에 다시 돌아와서 밥 좀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무슨 소리냐고 묻자 배송기사님이 "배송료도 일부러 안 받았는데 밥도 안 주냐!"며 역정을 냈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밥을 차렸던 것 같다. 밥을 먹고 일어난 기사님은 나갔다가 잠시 뒤에 또다시 돌아왔는데, 이번엔 자기의 아들을 데려왔고 내가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고 묻자 배송기사님이 무어라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전환되면서 기안 84와 야구선수 유희관이 나왔다. 나는 그들과 절친인 상황이었고 셋이서 함께 소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중이었는데, 어딘가에서 배송기사님이 나타나서 그들과 시비가 붙었고... 알람에 깼다. 여섯 시 반.


한 시간 뒤 커다란 상자와 함께 등장한 배송기사님은 가구 겉면을 둘러싼 얇은 스티로폼 포장지를 박박 벗겼고, 나는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스티로폼 포장지를 모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척척 조립을 마친 배송기사님이 삐뚜름한 가구를 보며 "수평이 안 맞네요" 한 마디 했고 실제로 이 집 어디나 그랬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걸치고 있는 조끼 주머니에서 도톰한 코르크 스티커를 꺼낸 배송기사님이 가구 한쪽 다리에 스티커를 붙인 다음, 농협 계좌번호를 불러주었고 나는 재빨리 이체한 후 화면을 보여드렸다. 실제로 가구 배송과 조립까지 총 10분 남짓 걸렸지만, 밤새 배송기사님과 씨름했기 때문인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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