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네스 May 12. 2020

내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 5가지

부부의 세계


***구독자 한 분이 <남편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 5가지> 읽고 남자 버전을 원하셔서, 생각을 짜내어 쓴 글입니다.***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은 대게 센스를 겸비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늘 아내를 사랑스러워할 줄 아는 남자가 아닐까. 하지만 세상에 그런 남편은 100명 가운데 1명 정도 예외로 두자. 나머지 99에 속하는 보통의 남편들과 마찬가지로 내 남편도 그러하다. 오히려 99명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런 남편과도 잘 맞추어 살아야 하는 것이 부부의 세계이다 보니 남편이 지닌 가치 중에 아주 보석 같은 모습 5가지를 찾아보았다.




1. 내게 한결같은 사람

남편과 나는 연애 6년 결혼 8년, 도합 14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썸의 시작부터 연애 기간 내도록 여자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애를 쓴다. 주로 여자가 원하는 대로 남자는 맞춰주고, 여자가 토라지거나 화를 내면 달래주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또 여자를 위해 친구와의 약속을 포기하기도 하고 항상 여자의 연락에 늦지 않게 답한다. 남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여자에게 속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연애 때와 달라지는 것이 보통의 남자다. 그게 순리다.

하지만 내 남편은 달랐다. 연애 때부터 토라진 나를 달래주는 일은 절대 없다. 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없다. 남편은 경상도 남자로 자상함보다 무뚝뚝이 온몸에서 뚝뚝 떨어진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즐거운 것을 택하고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리기를 원한다. 또 나에게 억지로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꼭 필요할 경우에만 연락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 전과 후에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지만 내 남편은 처음 모습 그대로, 연애할 때나 결혼 직후나 지금이나 14년째 변할 줄 모르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2. 치 칩을 탑재한 뇌, 웃음코드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예절일까 코드일까? 부부관계도 인간관계 중의 하나이다. 부부가 잠깐 만나는 사이라면 예절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할 사람이라면 코드가 잘 맞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웃음 코드다. 우리는 이제 100세 시대를 바라본다. 아직 죽을 날이 60년 이상이나 남아있다. 그만큼 삶은 오래도록 끈질기게 지속되는데, 그 기나긴 삶에서 웃을 일이 없다면 이 얼마나 지루한 인생인가. 물론 인생에 배움과 지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부가 적어도 40년을 같이 살아가려면 웃음 코드가 통해야 한다. 나는 일방적인 개그보다, 대화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 좋다.

최근 <미우새> 프로그램에서 탁재훈이 뿜어낸 재치스러운 말이, 개그맨 신동엽처럼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짧고 강렬한 한 방을 날리는 유머 코드가 내게 적합하다.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데 뭔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면 그야말로 쥐약이다. 우리의 삶은 늘 무미건조하고 팍팍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삶에 남편과 나누는 대화에서 조차 웃을 일이 없다면 이 얼마나 불쌍한 인생인가. 내 남편은 탁재훈이나 신동엽만큼은 아니지만 뇌에 상당한 재치 칩(chip)을 탑재하고 있다. 나에겐 14년간 이용해 먹어서 요즘은 칩 작동이 안 되지만 그래도 남편이 위트가이 임을 인정한다. 끔씩 터트려주는 위트에 웃을 날이 종종 있다.


3. 고 넓은 상식

남편은 아주 얕고 넓은 상식을 갖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인문학, 주식, 부동산, 음악, 영화, 트렌드, 명품, 핫이슈 등 얘깃거리 하나 툭 던지면 막힘 없이 술술 나온다. 지식의 범위가 아주 넓기는 하나, 결코 깊지는 않다. 그래서 가끔 남편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면 그딴 걸 왜 묻냐고 버럭 화를 기도 한다. 자상한 남편들처럼 아내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주는 건 못하더라도 서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기 은 것 같다. 특히 우리 부부의 공통 관심사 함께 토론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4. 어난 사회

남편은 두 가지 인격을 갖고 있다. 집에서는 이 강하고 버럭 화를 잘 낸다. 분명 화내고 있는데 화내는 게 아니란다. 하지만 이런 남편도 바깥에선 다르다. 특히 사회성이 아주 뛰어나다. 남편사람들의 호감을 잘 사고 웃어른 아주 깍듯하다. 르신들께 늘 젠틀한 미소를 짓고 절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직장 동료나 상사는 물론 학교 선후와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까지도 남편을 좋아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바깥에서는 찐 사람으로 인정, 집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버럭 를 냈다가도 담배 한 개비에 금방 화 풀어버린다. 좀 전에 화낸 걸 모를 정도로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꽁해있지 않는다. 또 예민하지 않아 머리만 대면 깊은 잠에 빠지는 남편의 성격이 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과감 없이 다 러냈고 서로의 밑바닥까지 모두 인정했다. 더 이상 또 뭐가 필요할까.


5. 리에 대한 관심

남편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맛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아주 성가신 미식가다. 특히 저녁상을 차려내면 나는 심사받는 기분이 든다. 불고기에 설탕이 조금 더 들어가면 달다고, 겉절이에 식초가 조금 과하면 시큼하다고, 뜨거운 곰국에 송송 썰은 파가 빠지면 파가 어디 갔냐고, 가리비(조개)를 찔 때 곰솥의 물을 팔팔 끓이지 않고 넣으면 왜 그랬냐고 엄청 타박을 한다. 남편은 골목식당 백종원도 아니면서, 나의 요리에 사사건건 관여한다. 집구석 푸드파이터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요리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높은 관계로 전국 맛집을 꿰고 있다. 어딜 여행가도 그 지역 맛집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블로그의 홍보성 글과 맛객의 글을 철저히 구분할 줄 안다. 어느 지방, 어느 나라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걸 꼭 먹는다. 지인들도 맛집 찾을 땐 어디에 무엇이 맛있는지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본다. 그런데 나도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남편의 음식에 대한  열정이 때로 즐겁다. 아주 가끔 집에서 희한한 음식들을 도전한다. 가오리를 사 와서 홍어를 삭히기도 하고, 명란 젓갈을 담그기도 하고, 소 머리뼈를 주문해 곰탕을 24시간 끓이기도 한다. 미식에 대한 강렬한 구로 내 남편은 언제나 우리 가족이 먹는 걱정 없이 살게 해 준다.



작가의 이전글 푸르스트 현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