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부산음식이 되기까지
1876년 부산항의 개항과 함께
많은 외래문물이 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들어왔다.
이 때 넘어온 여러 음식 중 하나가 어묵이다.
으깬 생선살에 소금 등을 넣고 반죽한 것을
여러 모양으로 빚어
찌거나 굽거나 튀겨낸 것을 말하는 어묵.
어묵은 일본의 '가마보코'에서 유래된 만큼
일본인에 의해 그 역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시장인 부평시장에서
당시 어묵의 역사를 찾을 수 있다.
1910년대의 부평시장은 300평 정도의 규모에
약 130여개의 점포가 있었는데,
당시 부평시장을 관리하는 부산구에서 발간한
부평시장 월도에 따르면 130여개의 매장 중
어묵을 팔던 매장이 3개가 존재했다.
당시 시장에서 어묵을 팔던 매장이
3개나 존재했다면 어묵을 만들던 공장도
그 당시부터 유지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끔 한다.
이 기록만 보더라도
부산에서의 어묵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이미 100년이 넘었다고 볼 수 있다.
1945년 광복을 맞은 뒤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떠나갔지만
그들이 남긴 문물은 자리를 유지했고,
이 순간부터 일본인에 의한 가마보코가 아닌
부산 사람들의 손에서 태어난 '어묵'의
본격적인 역사가 걸음을 내딛는다.
1945년 한국인이 운영하는 최초의 어묵공장인
동광식품이 부평시장에서 탄생다.
이후 부평동을 중심으로 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 부산 어묵은
봉래시장, 부평동시장, 동광동시장, 영주동시장
등에서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자갈치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어묵을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주재료인 생선의 신선도이다.
1950~60년대에는 자갈치 시장에
연근해에서 잡은 수산물들이 모두 모여들었는데
당시에는 리어카가 주요 운송수단이었기에
리어카를 가지고 생선을 옮길 때
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어묵 공장들이 있어야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어묵을 만들 수 있었다.
'어묵'이라는 음식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부산 어묵'이 생각날 수 있을 만큼
그 정체성을 갖게 해준 것 또한
자갈치 시장의 역할이 컸다.
부산의 경우 자갈치시장을 통해
어묵의 재료 수급이 쉬웠기 때문에
아무리 생선이 귀할 때라도
생선살 함량이 65%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부산 어묵만의 풍미를 갖게 된 것이다.
1970~80년대를 지나며 부산 어묵은
전국적인 호황을 맞는다.
포장에 '부산 어묵'이라는 글귀가 보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만큼
부산 어묵은 어묵의 대명사로 떠오른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 많은 먹거리가 생겨남과 동시에
어묵이라는 음식의 비위생적인 이미지가 겹쳐
어묵은 단지 값싼 음식 중 하나로
평가절하된다.
이 같은 어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 또한 부산 어묵이
그 책임감을 짊어지고 앞장섰다.
2012년을 기점으로 부산의 모든 어묵 제조사가
HACCP 인증을 받으며
비위생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
또한 '어묵 베이커리'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개발함으로써
식재료로써의 어묵을 벗어나
어묵 자체가 하나의 식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 한
140년을 걸어온 어묵로드.
그 길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부산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방송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D7QFT5dyLqs?list=PLrACpQPVGffz98ln1KBrkNo8jN5CCBtB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