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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아 Jul 12. 2019

S/W 개발자들의 제조 스타트업 도전기 2

모르는 것들을 배워나가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구성된 우리 팀 서큘러스가 가정용 반려 로봇을 개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클릭!

▽ ▽ ▽ 

https://brunch.co.kr/@kiyeonah/28




2016년 8월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를 합격하며 창업 멤버였던 우리 셋은 모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서큘러스로 이직을 하였다. 이 전에 회사를 다니며 파이보를 개발할 때 여기에 더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던 우리는, 이제 우리의 모든 시간을 파이보에 그리고 서큘러스에 쏟아부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였다. 


"아마 곧 정식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겠지?" 그런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개발'에만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직장인'일 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부분까지 챙겨야 했고, 개발 외의 부분은 우리도 모두 처음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번 글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경험한 제조 스타트업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조와 관련해서 고군분투한 부분만 정리하여 소개한다. (왜냐하면, 고생한 얘기만 나열하면 10편으로 써도 끝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링, 그리고 금형에 도전하다.

창업 이전의 파이보는 '네모'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디자이너가 없었던 우리는 처음에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철제 프레임을 이용하여 뼈대를 만들었고, 이후 3D 프린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출력이 가장 잘되는 판판한 네모로 모델링을 했었다.

외부에 파이보를 소개할 때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얘가 좀 더 동글동글하면 귀엽고 좋을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처음 네모난 모양의 파이보를 좋아해 주신 분들도 많았지만, '가정용 로봇'으로 파이보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둥글의 귀여운 느낌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점점 귀엽게 변화한 파이보


파이보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제일 먼저 제품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새로운 3D 모델링을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모양의 파이보를 디자인했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내외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한 대의 파이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이틀 정도를 프린팅을 해야만 했다.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은 금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에, 정부지원을 받아 첫 번째 금형을 진행했다. 


"금형만 하면 금방 판매할 수 있겠지?"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나 제조는 어려운 것이었다.

금형이란 제품의 외관을 제작하기 위해 그 틀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붕어빵 틀같은 것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금형' 경험이 없던 우리에게 업체 선정부터 금형에 맞는 모델링으로 변경하는 것까지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약 4달간 전 직원(창업 멤버 3 + 신입 제품 디자이너 1)이 매달려서 금형을 지원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약속한 납기일까지 제품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고, 업체 사장님은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며 일정을 미루고 변명하기 일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업체의 규모와 경험에 비해 우리가 너무 크고 복잡한 것을 제공했던 것이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실패라고 했지만, 삐그덕 거려도 사출한 로봇을 받아볼 수는 있었고 KBS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출연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자랑스러운 '파이보'


우리끼리는 이 경험이 "금형 대학원"을 졸업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역시 다양한 삽질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두 번째 금형 업체를 잘 만나서 금형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양산 준비를 시작해볼까?

한 두 개 샘플을 만들 때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양산'이다. 

양산이란 개발한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조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수급, 시험하고 조립, 패키징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며, 회사에 따라 양산과정을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외주로 맡기는 선택을 한다. 우리는 양산과정을 잘 이해하고 우리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 또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사내에서 제조/양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안에 포함된 과정들은 다음과 같다.

1. 자재 소싱

2. 재료비 및 원가산출

3. BOM 구성

4. 공정도/공정 설계서 구성

5. 작업표준 및 기준서 확정

6. 검사(수입검사, 공정검사, 완성검사)에 대한 시험 기준서 작성

7. 생산라인 구성 

8. 기타 등등


"양산 준비만 하면 팔 수 있겠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중간중간 그동안 정리한 것들을 다시 뒤엎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반년이 상의 시간을 쏟아부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체 공장, 생산라인까지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완벽한 양산 준비'까지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지만, 이제 판매할 수 있을 수준으로 준비가 되었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험이 없는 우리가 하기엔 너무 먼 길, 제조업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100% 우리 힘으로 진행한다고 하면 갈 길이 너무 멀었을 것이다. 

창업 후 크게 느끼고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인복()'이다. 어떤 일을 진행하려고 할 때 그 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적재적소에 있어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제조'라는 부분은 경험이 없는 우리가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큰 도전이고 어려움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고마운 사람들은 누가 있었을까?


새로운 팀원들

2016년 4명, 2018년 6명, 2019년 6월 현재 8명이 되기까지 필요한 분야에서 꾸준히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퇴사자도 발생하였지만, 이제는 꽤 합을 맞춰온 팀원들이 남아있다. 처음에 제품 개발, 회계, 마케팅, 영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을 우리끼리 해야 했었는데, 이제 팀원들과 함께 나눠하며 더 높은 효율을 내고 있다. 어느 분야에나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고맙고 사....ㄹ하는 우리 팀원들


투자사

우리의 시드 투자사는 40년 업력의 제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금형,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투자사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해주셨고, 덕분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다. 투자사와의 관계는 단순히 금전과 지분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정말 성심성의껏 도와주셔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사와 미팅을 하면, 투자사가 꼭 묻는 게 "우리 회사에게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가요?"이다. 투자사는 금전적인 투자 외에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을 한다. 우리는 제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만약,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투자사와 우리 회사가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1차로 판매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겨울, 우리의 제품으로 첫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준비하였고, 올해 3월 서포터 분들 가정으로 파이보를 입양 보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첫 크라우드 펀딩 준비부터 성공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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