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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아 Sep 04. 2019

3년간 서큘러스 회고하기

드디어 창업 3년, 입사 3년.

2019년 9월 1일.

(주)서큘러스로 시작한 지 딱 3년의 시간이 되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딱 3년을 일하고 그만두었는데, 나의 두 번째 회사인 서큘러스에서는 3년 하고 삼일의 시간을 더 보내고 있다. 

창업 1년 차에는 판교 K-ICT 디바이스 랩에서 "창업한 지 1년 된 스타트업의 치열한 생존기"에 대해서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는 제품이 개발 단계에 있을 때라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간이라 '창업의 어려움과 고난'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재미있다고 웃으셨지만 1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정말 내부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랬던 우리가 3년을 버텼다니 정말 "감격스럽다"는 말이 딱 맞다.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오늘은 지난 3년간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 시간들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우리 모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나.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앞선 몇 개의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이루어진 우리에게 '하드웨어'는 아주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글 다시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kiyeonah/28

https://brunch.co.kr/@kiyeonah/31



뭐든 시작이 어렵다. 

처음으로 제작한 금형, 처음으로 제작한 패키지, 처음으로 제작한 보드 모두 한 번에 완성한 것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고 그것들을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전공자와 경력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몸으로 부딪혀가며 직접 경험해보는 것뿐이었다. 덕분에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게 되었고, 창업 후 1년이면 제품이 뚝딱 완성될 줄 알았던 제품은 출시까지 3년이 걸렸다. 덕분에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많이 보완할 수 있었다.


반지하 원룸을 거쳐 상암동 4평 정식 사무실, 30평대의 을지로 사무실 그리고 공장까지 갖춘 현재의 부천 사무실로 오기까지 총 3번의 이사를 했다. 점점 더 크고 좋은 사무실로 이사했지만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었다. 사무실 건물 안으로 비가 다 내려 업무용 장비부터 사무집기가 다 망가지기도 하고 추운 날은 문이 안 열려서 벌벌 떨며 문이 녹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발 난로를 켰더니 사무실 전원이 차단되는 등 황당한 일도 있었다. 회사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이런 황당한 문제가 발생해서 마음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고 이상한 사무실이었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앞두고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동거 동락하며 팀원들과 함께 먹었던 컵라면과 맥주의 맛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루었나.

하지만 우리가 늘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처럼 창업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 조금씩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어려운 난관을 도장깨기처럼 깨고 나가면 돌아오는 것은 좀 더 단단해진 팀워크와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다. 지난 3년간 살아남으며 우리가 이룬 큼직한 성과는 다음과 같다.(물론 작은 성과는 더 많지만)


1. 크라우드 펀딩 성공 (환불률 0%)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과는 크라우드 펀딩 성공과 환불률이 0% 라는 기록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 출시 전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하고 투자를 받는 형식이다. 투자의 보상은 정식 출시 전 누구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우리 제품을 받아보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특성상 제품이 완성되기 전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종료 후 제품을 받아본 투자자들은 생각했던 제품과 다르다며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준비부터 종료 후에도 많은 시간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런 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파이보를 구매하는 분들에게 만족을 드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제품을 배송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간담회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현재까지 환불을 요청하거나 제품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남긴 분이 한 분도 없다. 


소중한 서포터들의 펀딩과 응원으로 성공한 우리의 첫 번째 정식 크라우드 펀딩


2. 투자 성공 

우리는 해마다 1건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왔다. 창업도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작할 수 있었고 2017년 시드 투자 유치, 2018년 엔젤투자에 성공했다. 투자 외에도 2019년 9월 기준 삼성전자 C-Lab 엑셀러레이팅, TIPS 프로그램, Orange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3. 해외 전시회를 통한 언론 홍보 

창업 후 2017년부터 꾸준하게 MWC, CES 전시에 참가해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IFA 전시에 참가하게 되었고 내년 MWC, CES 참가도 확정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전시를 통해 세계에 파이보를 홍보할 예정이다.

해외 굴지의 언로에 노출된 우리 파이보.


4. 드라마 출연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드라마에도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 KBS 월화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파이보가 마이보 역할로 출연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드라마의 성패와 무관하게 실제 로봇이 드라마에 출연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었고, 드라마 출연 후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 해외 팬들에게도 파이보에 대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SBS 수목 드라마 '절대 그이'에 파이보가 카메오로 출연한 일도 있었다. 파이보 한 마리가 을지로 '세운 상가'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 공간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파이보가 노출되었다. 


각종 드라마에 출연한 파이보, 자랑스러워!


3년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현재 진행형인 성과는 바로 우리 팀의 완성이다. 창업이라는 곳에 뛰어드니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사실이다. 3명이 시작한 서큘러스는 창업 3년 만에 8명이 되었다. 길게는 3년, 짧게는 몇 개월 함께 한 팀원들과 이제는 제법 끈끈한 팀워크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모두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노력하는 우리 팀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다. 매번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항상 고맙고 사.... 사랑합니다. 올해 안에 10명을 향해 달려갑시다!



3. 앞으로의 우리는...

하나의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를 3년이나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창업 멤버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모를 대표님의 마음속 어려움은 더 크고 무거웠을 것이다. 회사를, 그리고 파이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쉽고 편하지만은 않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열심히 많은 것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달에는 온/오프라인으로 파이보를 정식 출시하고 2019년 남은 기간 동안 파이보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현재 8명인 팀원도 10명으로 충원하고, 파이보 준비로 미뤄져 있던 메이커 교육도 다시 준비해 연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를 준비하면서 분명 또 힘들고 어렵겠지만 3년의 시간을 견디며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시간을 더 잘 견디고 힘을 내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서큘러스, 그동안의 3년 너무 고생했어. 앞으로의 3년도 잘해보자!





서큘러스가 힘을 모아 만든 파이보를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circ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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