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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Oct 12. 2023

두 번째 강습 : 당신의 호흡은 몇 %나 남아있나요?

두 번째 시간은 호흡이었다. 호흡을 배운다니. 이게 무슨 ‘눈 뜨는 법 배우기’ 같은 얘기람? 태어나는 동시에 나는 호흡을 터득한 영재였는데 말이다.

몰랐다. 수영에는 엄연히 호흡의 3단계가 존재했다.


<수영의 호흡법>

1단계. 합!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2단계. 음~ 물속으로 들어가 코로 숨을 뱉는다.

3단계. 파! 물 밖으로 나와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음~파!로 알려진 수영 호흡법마저도 나에겐 사치였다. 나에겐 음 앞에 합! 이 하나 더 필요했다. 지금껏 해왔던-코로 쉬었다가 입으로도 뱉고, 입으로 쉬었다가 코로 뱉어도 되는- 코와 입만 믿고 질러온 마구잡이 얼렁뚱땅 호흡은 물 밖에서나 통하는 거였다. 나는 3단계를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비장하게 합!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물속으로 들어가 코로 숨을 뱉..어야 하는데 들이마셨다. 콧구멍 가득 물이 들어왔다. 물속에서 투명인간이 내 코를 한껏 꼬집은 느낌이었다. 요란스레 기침이 나왔다.


여러 번 연습한 후에야 코로 물을 마시지 않고 호흡을 하는 데에 겨우 성공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콧방울을 만들어내며 호흡을 뱉었다.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호흡의 80%만 쓰고 20%는 남겨두세요.

호흡이 딸리면 가라앉고, 다시 호흡하기도 어려워요.”


짧디 짧은 호흡을, 그것도 가만히 서서 한방에 다 낭비해 버린 나에게 가하는 일침이었다. 다시 코가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설마 아까 코를 꼬집은 투명인간이 선생님이었나? 합리적 의심도 했다. 호흡만 했을 뿐인데 50분이 금세 지났다. 시계를 흘긋거리며 대충 머리를 말리고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덜 마른 머리와 함께 하는 출근길엔 업무 연락에 핸드폰도 바빴다. 핸드폰도 호흡이 딸리겠구만.


그리고 하루는 순삭됐다. 모니터 앞에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회의를 하면서, 어느새 막차가 끊겨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나는 지금 내 호흡의 몇 %를 쓴 걸까? 숨이 가쁘게 느껴지는 걸 보면 20%보단 적게 남아있는 게 분명하다.


가라앉지 않는 인생을 위해, 다음 호흡을 위해, 호흡을 남겨두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흔한 K-직장인은 호흡이 딸리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출근하겠지? 막 무선 산소호흡기 출시!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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