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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박선영 Sep 21. 2022

책 값은 더 올라야 한다

읽는 이에게도 만드는 이에게도 여유가 필요한데...ㅜ..ㅠ

2022년 한 해 동안 종이값이 세 번이나 올랐다.

(관련기사: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7998.html)

책의 제작비에서 종이값은 무시하지 못할 항목이다.

이제 출판사 편집자 5년 경력을 총동원해 책 제작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책 한 권을 제작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아래 다섯 개 항목의 비용이 필요하다.



제작비     

인건비 - 저자, 편집자, 교정자, 디자이너, 마케터 

종이값 - 표지, 본문, 커버 등등

출력 제본비 - 컬러 또는 흑백, 표지 후가공, 판형에 따른 제본

유통비        

운송비 - 출력소에서 물류대행업체 그리고 서점으로 운송

유통비 - 직거래하는 온오프라인 서점 or 유통대행업체


인건비와 종이값 출력제본비는 전체 제작비의 80 ~ 90%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책 마다 다르고 출판사마다 다를 것이다. 유통비의 경우 도서의 정가에서 매겨지고 제작이 완료된 이후에 투입되는 비용이라 제작비 항목에서 제외해도 무방하다. 운송비 또한 책이 출간된 시점에 일회적으로 이동하는 비용이라 크게 부담되는 항목은 아니다.

그러나 인건비, 종이값, 출력 제본비는 사실 그야말로 제작비 전체를 의미한다.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고가 책의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최소한 들어가야 하는 비용.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저자와 편집자 교정자가 합쳐지는 경우도 있고(저자=편집자=교정자=1인출판?^^;) 편집자가 교정자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편집자가 저자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저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고 그 투고된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오로지 출판사가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이거였다.
책 한 권 만드는데 얼마 들어요? 

놀라지 마시라. 최소 700만원~1,000만원 그 이상 들어간다.

본문이 300쪽 이하일 때는 700만원 선에서 어쩌면 해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문이 300쪽 이상이라면 1,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보는게 맞다.


우선 인건비부터 살펴보자.

교정비와 디자인비는 본문 쪽수당 비용이 매겨지기 때문에 두꺼울수록 인건비 항목에 더 많은 액수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저작권료는 주로 선인세 지급방식이기 때문에 역시 제작단계에서 투입되는 비용이다.

(여기서 잠깐!!! 선인세란 출간되는 책의 정가에서 퍼센트를 정해 출간되는 부수만큼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정가 10,000원의 10% 를 1쇄 1,000부 출간하는 경우 작가에게 지급해야 할 선인세는...

10,000 x 0.1 X 1,000 = 1,000,000 원이 된다.)

300쪽짜리 책을 저작권료 10%로 책정해 1,000부를 찍는다고 가정해보자.

교정비를 본문 쪽당 3,000원 디자인비용을 본문 쪽당 4,000원 + 표지 100만원으로 잡으면

인건비는...저작권료 100만원 + 교정비 90만원 + 220만원 = 410만원이다.

그러나 교정비, 디자인비용은 현재 위 비용에 맞춰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워낙 최소금액이고 계산하기 쉬우려고 매겨진 금액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기에 지금 편집자와 마케터 인건비는 아예 빠져있다. ㅜ..ㅠ)


제작비는 주로 인쇄소에서 견적을 내준다.

본문의 종이 종류와 그람g수 쪽수에 맞춰 단가가 달라진다. 종이마다 기능과 특징 가격이 달라서 책 만들 때마다 고민되는 지점이다. 표지도 마찬가지. 질감이 있는 종이나 커버나 띠지를 만들게 되면 제작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인쇄비는 인쇄소마다 천차만별이라 더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가장 일반적인 사양의 본문과 표지의 300쪽짜리 도서 1,000권을 인쇄하려면 최소 300만원~ 500만원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본문이 컬러이고 두껍거나 좋은 종이를 쓴다거나 표지 후가공에 공을 들이면 500만원을 훌쩍 넘는게 어렵지 않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 종이값이 또 오른다는 이야기다. 이제 최소 금액 자체가 달라지게 생겼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저 윗단계 인건비 항목 설명할 때부터 이 글을 더 읽기 싫어졌을 수 있다. 

뭐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싶지는 않았을테니. 

그런데 작가들이 글만 써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또는 출판사가 돈이 많은데 쌓아두고 작가에게 돈을 주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주려고 한다는 오해를 풀려면 이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가끔은 작가와 출판사(or 편집자)가 저작권료 책정과 지급시기에 대해 서로 오해하고 법적 분쟁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솔직히 제법 많다. 나는 그런 상황들을 보면 참 씁쓸하다. 서로에게 남는 게 하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책이 단기간에 많이 팔려야 출판사에 입금되는 돈의 액수가 높아지고 작가에게 입금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는데...작가들은 가끔 '책이 출간된지 언제인데 선인세 지급이후 저작권료가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쇄부터는 선인세 개념이 아니라 책이 다 팔려야 돈을 준다. 출판사도 돈이 들어와야 입금을 할 것 아닌가. 처음 책을 만들때는 투자의 개념으로 선인세를 지불했지만 책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부터는 팔린 만큼만 작가에게 지급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뭐 대형출판사는 좀 다르겠다. 출간하는 스케일이 다르니까, 제작비 스케일도 다를 것이라 나는 사실 그 규모는 짐작도 못하겠다. 스케일이 커졌을 뿐 같은 구조일텐데...정말 남는게 있나 의심스럽지만 1인 출판에 가까운 나는 아마 영원히 모를 일이다. 


이렇게 그렇게...만드는 사람에게 상처뿐인 책 한 권의 값이 15,000원에서 20,000원 안팎이다. 

15,000원짜리 책이 하루에 10권, 주 5일간 팔린다고 가정해보면 한달 수익은 300만원. 그러나 이 300만원에서 10% 저작권료, 30~40% 유통비로 떼인다. 출판사에 입금되는 돈은 120만원 ~ 150만원이다. 거기에 덧붙여 유통대행사는 입금액이 100만원이 넘으면 어음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있다. 어음은 3~4개월후에 현금화 된다. ㅜ..ㅠ


출판사 어떻게 살아야 하나?
책이 하루에 최소 10권 이상 팔려야 운영이 가능하다.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하루에 10권씩 팔릴까? 
그건 독자들에게 물어볼 일이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사서 읽으시나?
대다수여야 할 일반 서민들에게 하루에 한 권의 책을 만한 삶의 여유가 있나?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의 문제...핵심 문제다!!


책을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도통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노무 출판시장...에서 나는 오늘도 살아남겠다고 애를 써본다. 


여기까지가 매번 제작비를 텀블벅 펀딩으로 확보하는 이유이다. 

꼭 읽을 분들이 이 책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해주십사 요청하고 그 요청에 응답받은 책들만 내고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초보작가들을 데리고 1년동안 글쓰기 프로그램 한 결과물로 책을 출간한다.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인 이프북스는 내가 편집장으로 있는 한, 유명하고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여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서 '메시지'를 건져낼 줄 아는 작가에게 투자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런 의도에 부응해주는 예비독자들이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https://tumblbug.com/ifbooks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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