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다 두려워지는 순간에 적어본 일기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도 잘 살고 있는 건지 의아해질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러리라.
열심히 살아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열심히'라는 단어 앞에 '너무'라는 꾸밈을 넣어야 더 적확할까?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살피지도 않고 마냥 열심이었다는 건... 너무 열심이었던가, 무식하게 열심이었던걸까? 후자였다는 느낌이 들면 이제부터 곤란한 나날들이 이어진다.
우울의 나날들이다.
그토록 경계한 게 무식하게 앞서가는 거였는데... 어느새 내가 그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솔직히 소름 끼친다.
그럼 당장 멈춰야 하나?
급한 성정대로 또 극단적으로 멈추는 걸 가늠해 본다.
멈추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을 벌여놔 버렸다.
하고 있는 일들을 다시금 가늠해 본다.
책을 만들고...
멀쩡한 아이 둘 키우고...
남편과 함께 살려고 애쓰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고...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하도록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내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느라 바쁘다.
그래도 부족한 이 느낌은... 아마 나를 보살필 새가 없다는 자각일 거다.
그러느라 내가 나를 보살필 새가 없었다는 점을 허전함이라는 감각으로 느끼는 중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왜 '내'가 빠진 느낌일까?
아마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대가 혹은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인 것 같다.
내가 하는 그 어떤 일도 경제적 이윤이 높다고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일들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의 보상이나 대가는 경제적 이윤이 가장 먼저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책이 돈이 된다고 누가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는데 돈 많이 드는 건 다 알 테고...
남편의 경제력은 내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런 가치관으로 사는 중이다. 그러니 남편의 경제력은 나와 상관이 없다. 기여도는 있을지라도 그것이 내 것이라고 우기거나 주장할 생각은 없다. 기여도는 좀 따져봐야겠지만...
도서관은... 하... 참... 이걸 말하려면 따로 글을 하나 따로 더 써야 하고... 워낙 기본적으로 공익적인 공간이다 보니 영리적인 대가를 바랄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만 말해두고 싶다.
그러니 경제적 이윤은 내가 바랄 수 있는 보상이나 대가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경제적 이윤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에게 꽤나 진정성 있는 진실이다. 그렇다고 보상과 대가가 아예 없이 사람이 일하고 살 수 있나? 나는 이슬만 먹고 바람 X만 싸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은 그럴 수 없어서... 그래서 그나마 내가 바랄 수 있는 보상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누구일까? 요즘 그 생각에 빠져있다. 나는 누구에게 인정받고 관심을 받고 싶은 걸까?
나한테 관심 좀 꺼줬으면 좋겠는 사람들의 친구신청은 쌓여가고, 단비같이 고마운 가까운 지인들의 관심과 지지는 내가 달성해야 할 목표의 100%를 채우지 못하는 중이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혹독하게도 그 100%는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제일 만만한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다.
지치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데... 어쨌든...
지금처럼 계속 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이제 확신이 되어 가고 있다. '나'라는 사람의 영역이 좀 더 넓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내 주변 몇몇에게만 가닿을 이야기이고 일이라면... 애당초 거기까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면 더 이상 애쓰면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지지하는 친한 지인들조차 내가 이렇게 지치도록 애쓰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럼 그냥 딱 여기까지인가? 여기까지만 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용기와 힘을 내어 나의 영역을 넓혀볼 것인가.
후자라면... 누구에게로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이다.
결국 이거였다.
내 우울함은 '내'가 부족해서였고 부족한 나는 내가 방치했던 나를 다시 돌아보는 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 영역을 확장하는 첫 번째 일이겠구나 싶다.
내가 방치하고 모른 척했던, 내가 사랑할 수 있음에도 헤어졌던,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더 따져 재껴두었던, 그다지 이성적이지 못하면서 감정이나 본능을 무시하고 애써 억눌렀던 나의 어긋난 판단들... 그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차근차근 챙겨보는 것... 와~~ 이거 대단한 프로젝트인데?
ㄷㄷㄷ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그래서 지금 나의 우울함은 이제 두려움으로 바뀌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