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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May 22. 2018

내 몫이 아닌 것들이 내 몫이 되었다

feat. 전기세, 수도세, 각종 집안일

지금 꽂으면 전기세 많이 나오는 거 아냐?
옵션 냉장고의 절망적인 에너지소비효율등급 ^.^


새 집이자 내 집에 이사 들어온 날. 옵션으로 있던 냉장고 코드를 꽂아놓겠다는 엄마의 말에 내가 떠올린 첫 번째 생각. 전기세 걱정이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땐 생전 하지도 않았던 걱정. 지금 당장 냉장고에 넣을 것도 없는데 전기세 아끼려면 나중에 꽂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우리를 따라다니며 불을 끄기 일쑤였다. 자식과의 불 끄기 전쟁. 


아빠의 전기세에 관한 관용구가 있다. "전기세를 누가 내주냐", "집이 왜 이렇게 광명천지냐". 집에 불을 다 켜도 그렇게 밝진 않은데 ^.^ ㅎㅎ


물도 그렇다. 엄마는 물을 절약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었지만, 사실 거의 실천해본 적이 없다. 독립한 지금은? 수도꼭지를 100% 열지 않고 한 70%쯤 열어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알고 있었지만.

온수를 누르지 않고 출근했다 돌아온 날의 절규를 잊지 말자! + 화장대 서랍에 자리한 드라이기

'온수'를 켜고 끄지 않았던 습관, 화장실을 나서며 불을 끄지 않는 습관, 드라이기 코드를 빼지 않는 습관, 보던 안 보던 켜져 있던 TV. 모든 게 내 생활비로 연결되자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종량제 봉투가 터질 듯 쓰레기를 담았는지. 설거지를 할 때 왜 따뜻한 물을 쓰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온전히 내 몫이 되고 나니 알겠다. 


'우리 집'이라는 명목 하에 같이 살면서, 나는 왜 내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독립 1일 차부터 모범절약생이 된 나는 엄마와 이 얘길 하며 한참 웃었다. '엄마가 냉장고 코드를 꽂아둘게 했을 때 내가 전기세 걱정이 들더라니까' 깔깔깔 하며. 엄마는 철없는 딸의, 지금까지의 잘못은 덮어두고 이렇게 말했다.


겪어보지 않으면, 자기 일이 아니면 잘 모르는 법이지

어쩜. 이제까지 참 이기적이었구나 싶다. '우리가 사는 집'에 관해선 부모님께 모든 책임과 의무를 지우고 있었구나. 그래도 부모님께 절약하는 법을 배웠기에, 궁상맞지 않으면서도 절약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5월 한 달 관리비를 떠올리며 환경부가 추진하는 탄소포인트제를 떠올린 나. 보고 가입해야겠다. 환경도 살리고 포인트도 얻고 절약도 하고!(홍보대사는 아니지만 탄소포인트제 홈페이지▶  http://cpoint.or.kr )


슬기롭게, 지혜롭게, 현명하게, 잘 살자고 다짐하며 독립 일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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