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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Apr 19. 2020

퇴사 1주년에 즈음하여

나의 퇴사 기록기

4.19 혁명의 날,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을 때려치운 날, 꼭 1년이 됐다.


시간은 참 빠르다. 그간 나는 '퇴사했다'는 행복에 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동시에 매일 아침에 억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고, 부지런히 일상을 보냈다. 수영을 배우며 수영 관련 디자인샵을 오픈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출근할 때 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운동은 퇴사 직후 매일 5-6시간씩 하며 체력을 길렀다. 


내가 선택한 자유 속에서 나는 여전히 목표를 정해두고 나아가고 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인생이지만, 적어도 큰 틀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나의 결정으로 이뤄낸 삶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라도 아직 포기할 마음은 없다. 


이제 나는 전직 (요상한) 공무원에서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 또는 청년창업가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증가하던 매출이 감소하고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전까지 나는 계속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봤기 때문에,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버티고 있다.


지금까지 1년을 '나의 결정'을 통해 이뤄낸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회적 시선, 부모님의 기대, 사회적 통념에 의해 곧 해야 할 것만 같은 결혼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일이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닌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오로지 나의 마음이 어떤지, 내가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아직도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고, 아마 이 질문은 평생 이어질 것 같다. 천천히 가더라도, 옳은 길로 가고 싶다.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돌아보면 내 퇴사기는 너무 시트콤 같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상투적인 말 대신 '진짜 사직의 이유'를 거침없이 적어 제출한 것. 국 전체에 퇴사 기념 떡을 돌린 것.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후련히 하고 나온 것(대의와 정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건 정당한 겁니까 등등).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에게 부끄러움을 알려준 것(아 통쾌해). 퇴사 날까지 야근을 한 것. 캐리어 끌고 퇴사한 것. 이쯤 되면 퇴사 폭주기관차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진짜 보통 도라이는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다.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길을 걷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안주하지 않고, 나의 삶을 찾아 '퇴사'라는 문을 열었고 새로운 세계는 꽤 재밌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퇴사 후 창업이야기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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