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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별 Nov 06. 2019

해가 뜨는 아침에

아침 햇살이 말했어, 이젠 너를 용서하라고


미움이 잔뜩 흘러넘치는 눈을 밤새 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아침이 왔을 때, 창문으로 뛰어드는 무수한 햇살의 순환과 파괴력을 몸으로 느끼고 있자니 밉던 누구라도 용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네가 뭔데 감히,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응, 나라서 감히 결론을 내린다고 말한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려고 해. 비록 당신은 내게 거대한 상처를 떠안긴 줄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용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내가 당신의 안녕을 빌고 싶은 순한 기질이 됐다거나 하는 거창한 전환점을 맞은 건 절대 아니다. 여전히 나는 흑심(黑心)이 척추처럼 내 삶을 지탱하고 있어서, 태생상 증오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인간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기질을 억누르고 나는 이제 당신에게 순수하지 않은 용서를 보내기로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우러난 용서를 한다. 한때는 사랑했던 이에게 평생 악에 겨운 소리를 퍼붓는 일은 가뜩이나 억울한 일 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사용했던 많은 시간과 기운을 생각하니 아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니 더욱더 이제는 끝내야 한다. 품었던 사랑이 거대했기에 그 사랑이 빠져나간 자리만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오랜 나날들을 이제는 조금씩 햇살에 내어 말린다. 걸어 잠갔던 마음 곳곳에도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기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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