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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e Jan 11. 2019

새 식탁에서 새 식구를 맞이한 날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10시에는 새로 주문한 식탁이 배송 오고 1시에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오빠네 부부가 집에 온다. 새언니의 첫 방문이었다. 우리 집엔 비상이 걸렸다.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성인이 되고 집에 친구를 초대해본 적이 없었다. 가족들의 오랜 동네 친구들은 종종 집에 놀러왔지만 동네 친구가 없던 나는 중고등학생 때 이후로 친구들을 초대해본 적이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낡은 가구와 얼룩진 벽지, 어질러진 집안이 부끄러웠다. 오래전부터 우리 집을 봐왔던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초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빠의 결혼을 앞두고, 새 가족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엄마는 셀프 도배에 나섰고 나는 새로운 식구와 함께 앉을 식탁과 의자를 장만했다. 벽지는 18년 만에, 식탁은 11년 만에 바꾸는 거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 모녀의 도전은 대성공이다.


사실 오빠네 부부가 오기 전날 밤까지도 우리는 벽지를 붙였고 몇몇 가구를 옮기며 거실과 부엌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아침 일찍 청소를 하고 삐거덕 거리던 낡은 식탁과 의자를 현관 밖으로 꺼내곤 배송기사님의 연락을 기다렸다. 오늘이 오기까지 우리 엄마와 나는 나름 큰 맘을 먹어야 했다. 큰돈이 들어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것 이상의 설렘으로 보상을 받았다.


새 식탁이 오는 것도 새언니가 오는 것도, 온종일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만약 2주 뒤에 식탁이 온다면 난 식탁을 결제한 순간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했던 말을 빌리자면 내가 딱 그랬다. 실제로 식탁을 기다리는 2주 동안, 오빠네 부부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하루하루 설렘이 커져갔다.



새 식구와 마주 보고 밥을 먹는 일


도착한 식탁 위에 화병과 커피머신을 올려두었을 때까지만 해도 꿈꿔왔던 작은 부엌이 완성된 느낌이었다. 식탁을 꾸미는 동안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이 하나 둘 올라오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채워지는 뭉글한 감정이 올라왔다. 오빠의 결혼 전 늘 3인용이었던 식탁에 수저와 앞접시를 네 개씩 올렸다. 음식양은 평소의 두 배가 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4인용 상차림이었다.


그렇게, 새 식탁에서의 첫 끼를 새 식구와 함께 했다. '처음'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 성격상 오늘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수저와 앞접시, 그리고 음식의 양도 저녁부터는 다시 반으로 줄어들겠지만 네 사람이 가득 채웠던 따스한 기운만큼은 식탁에 오래고 머무를 것이다. 이 식탁에서 엄마랑,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마주 보고 밥을 먹을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손님을 위한 한상차림이 얼마만인지. 그래서 짝이 안 맞는 식기들이 많다. 전날에 사 온 꽃이 데친 미나리처럼 처졌다.



특별한 손님을 위한 엄마의 식탁은 이렇게 꾸며졌다. 차돌박이 듬뿍 넣은 밀푀유나베, 통삼겹수육과 시골에서 보내준 김장김치, 야채빵빵 고기빵빵 잡채, 리코타치즈샐러드, 느타리버섯전, 그리고 동치미와 반찬들. 뚝딱뚝딱 장금이가 따로 없다. 엄마의 기대와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차림이었다.


나는 전반적인 ‘꾸밈’을 담당했다. 냄비에 나베 재료를 층층이 예쁘게 담고 샐러드에 리코타치즈를 맛깔나게 덜어내고 음식 담을 그릇과 그릇 놓을 위치를 정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고로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를 내렸다. 편안한 식사를 위해 벤치의자에 폭신한 담요를 깔고 귀여운 라이언 쿠션을 올려둔 것도 꾸밈담당의 역할이었다.


옥에 티라면, 전날 두 단에 6천 원을 주고 사온 꽃이 하루아침에 데친 미나리처럼 추욱- 처진 점과 벽지를 붙이다가 생긴 작은 땜빵(?)이지 않을까 싶다. 어딘지 안 보인다면? 찾아보지 말기 ;)


이후, 엄마와의 크리스마스이브 홈파티를 위해 꾸민 식탁과 손님이 다녀가고 하루하루 활짝 피어난 꽃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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