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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ug 05. 2020

구겨진 마음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다면, 잡을 수 있다면.

하지만 누구의 손도 잡지 못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구겨졌습니다. 구겨진 채 한 가득 얼룩이 묻은 마음을 보고 있자니 삶이 참으로 보잘것없이 느껴지고 맙니다. 욕심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평온마저도 욕심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에 꽂히고 맙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오래도록 비구름을 머금은 바다는 이상하리 많지 잔잔했습니다. 소금기가 느껴지는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푸르다 못해 진한 고동색을 띠는 바다의 고요가 저의 마음을 흔들고 맙니다.  점점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마음. 구겨진 마음을 바다에 적셔 탁탁 털어낸다면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펴질까요. 

하루하루 시간만이 속절없이 흐르고 맙니다.  모든 것은 제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마음의 무게는 천근만근입니다. 세상 모두가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상처를 입고, 받은 마음을 그대로 껴안아 살아가겠죠. 


미안하다.


이 한 마디가 어떻게 다가올까요. 누군가의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 본 적이 있을까요. 그전에 미안하다는 말을 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아직 잘 모릅니다. 그래서 구겨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펴 볼 수 있다면 저는 온 힘을 다해 말하고 싶습니다. 미안하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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