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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an 26. 2023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가 될까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눈을 떠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곤 내 손을 들여다봤을까. 거울을 보고 내 얼굴을 인식한 게 몇 살쯤 됐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해가 지날수록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내가 예전 사진을 가끔 꺼내보며 저때의 나는 저랬구나. 저럴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어렸을 적이다.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이 나는 부모님, 누구를 닮았냐는 질문을 종종 하곤 했다. 어린아이가 그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이 먹은 사람들의 짓궂은 장난이었을 텐데. 한참을 심각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 나는 어머니를 닮았다고 한다. 어머니를 닮았다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집에 오면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가 되고 만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림받아 무안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에게 이 세상에 태어난 책임을 물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니까. 그럼 그 감정의 그릇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만 할까. 가끔 철들고 싶지 않아서 철들지 않은 것 같은데 진작에 철들었어야 할 나이이고 이런 생각에 빠진 나는 가끔 알 수가 없다.


 나는, 고유명사로 나는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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