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직장생활 가이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임직원들 앞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필수 불가결한 것일 뿐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책들은 시중에 너무나 많은데요. 다들 한두권 정도는 읽어 보셨지요? 저 또한 여러 권 읽어 봤습니다.
그렇게 책으로 배운 스킬을 실전에 적용하면서 쌓이게 된 저만의 노하우에 대해, 회사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3번의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Episode 1 : 나의 첫 프레젠테이션
나이가 들면서 조금 바뀌긴 했지만 저는 천성적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남들 앞에 서는 게 참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 자리는 통상 임원급도 참석하기 때문에 평가받는 느낌이 강해 중압감이 더해지지요.
공대 출신인 저는 대학시절 프레젠테이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교양과목으로 마케팅 수업을 들었을 때도 발표는 같은 조의 적극적이던 경영학과 학생이 하고 전 발표자료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사 후에야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첫 프레젠테이션은 인턴 때였습니다. OJT (On The Job Training, 현업부서에서 업무를 체험하며 교육받는 과정) 중 몇 주간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주제를 정해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긴장과 걱정 속에 발표 전날까지 밤늦게 자료를 만들고 발표 연습을 했습니다.
발표 당일, 선배 직원들이 회의실로 모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긴장이 별로 안됐습니다. 그래서 발표 내내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했다 싶었지요. 선배들도 잘했다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할 수 있었던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악명 높던 호랑이 실장님을 비롯해 부장 이상의 관리자급이 빠지고, 자주 얼굴을 보던 친숙한 선배사원들만 참석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열렬히 지지해 주는 동기 2명이 계속 나를 바라보며 응원의 미소를 지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분위기가 좋으면 실력이 나오지만 조금만 분위기가 나빠져도 금새 얼굴이 빨개지고, 심지어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그날의 자리는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3주 후 또 발표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는 임원급이 모두 참석했고, 그래서 긴장을 해서인지 첫 발표 만큼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발표 전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북돋는 저만의 방법을 계속 연마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 나만의 노하우 >
1. 반드시 발표 장소에서 리허설을 한다.
우선 공간이 익숙해야 합니다. 공간이 낯설면 예상치 못한 일로 당황할 수가 있습니다. 한 번은 발표 자리에 섰는데 청중석이 코앞이라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명을 다 껐는데도 장소가 너무 밝아 자료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전에 미리 가서 청중석의 배치, 스크린의 위치, 조명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실전처럼 리허설을 해야 합니다. 마이크, 포인터, 프로젝터 작동법도 미리 익혀놔야 합니다. 강의 잘하는 전문강사들을 보면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니라,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수차례 실전에서 발표를 했기 때문에 잘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실전은 한 번뿐인 지라, 가능한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연습을 해야 합니다.
2. 일찍 도착해서 청중과 접촉하고 무대에 적응하라.
위 1번과 같은 맥락입니다. 낯섬을 익숙함으로 바꾸기 위해서 입니다. 발표 전이라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무대 근처에 서서 들어오는 청중들과 인사하거나 가벼운 말을 주고 받아 보세요. 그리고 무대에서 청중이 들어 차는 것을 보며 서서히 분위기에 적응하세요.
3. 청중 속에 우군을 만들어라.
앞에 서 보면 청중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근엄하고 진지합니다. 때로는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수차례 발표 자리에 섰지만 매번 그랬습니다. 발표 중에도 계속 그런 청중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없던 긴장도 생깁니다. 그래서, 청중 속에 후배나 동기처럼 편한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발표 초반에는 주로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가끔은 친한 사람과 미리 짜고 정해진 순간에 크게 웃거나, 내가 질문하면 재미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지요.
ps)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저는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다는 느낌, 내 말 한마디에 웃어주고, 집중해 주는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대라는 게 중독성이 강해서 연극배우들이 돈벌이가 안돼도 무대를 떠나지 못한다던데, 이게 바로 그런 느낌이구나 했습니다. 이후에도 프레젠테이션 자리는 늘 부담이었지만, 잘하고 내려왔을 때는 여지없이 이런 중독성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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