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종교/역사 편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했습니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가방을 짊어 메고 길을 나섰겠지요. 당신은 어떤 길이 떠오르시나요? 밝은 햇살 아래 꽃들이 활짝 핀 오솔길을 상상해 봅니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제주도에 가면 올레길이 있습니다. 언론인 서명숙씨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길이지요. 제주도 외곽을 빙 둘러 걸어볼 수 있습니다.
올레길의 모티브가 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가는 여러 코스의 길들을 일컫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대성당에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분인 야고보의 유해가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바로 야고보를 기리며 장장 수백 km를 걷는 도보 순례지요.
아주 먼 옛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였습니다. 오로지 두 다리에 의존해야 했고, 길도 험했으며 마땅히 묵을 숙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여행을 떠났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순례 지요. 순례는 종교적 의무 또는 신앙 고취의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말합니다. 순례가 곧 여행의 시초였으며, 이를 통해 타지의 문물이 전해지곤 했습니다. 지금부터 대표적인 순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서기 627년, 중국은 당나라 2대 황제 태종이 통치하던 시기였습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천재로 이름을 떨치던 학승(불교학을 연구하는 스님) 현장은 불교 경전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당시 경전은 산스크리트어로 집필된 원본을 당나라에 유학 온 인도 스님들이 중국어로 번역한 것이었는데요(영어 원서를 한국에 유학 온 미국 사람이 한국어로 번역한 셈이지요). 그러다 보니 의미가 정확치 않았습니다.
학문에 대한 욕구와 집념이 대단했던 현장은 직접 불교 경전을 번역하겠다고 마음먹고 인도(천축국)로 떠날 것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형을 죽이고 왕이 된 태종은 정세 안정을 위해 출국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현장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몰래 국경을 넘고 머나먼 여정을 떠납니다. 그의 나이 28세.
장안(당나라 수도)에서 인도(천축국)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타클라마칸(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 사막을 피하기 위해 고비 사막을 가로질러 갑니다.
(좌) 현장의 순례코스 (우) 고비사막을 건너는 현장 (영화, "대당 현장"의 한 장면)
낮에는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쉼 없이 걸으면서도 밤에는 호롱불 아래 경전을 읽으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현장은 고비사막 한가운데서 말에게 물을 나눠 주려다 그만 떨어뜨리고 맙니다. 갈증과 현기증으로 죽을 고비에 이른 때, 부처님의 계시였는지 비가 내려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현장, 순례" 1편을 마칩니다.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