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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임민아 Nov 08. 2023

작지만 큰 실험, 드림커뮤니티 마을학교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한다.” 

- 에노모토 히데다케(榎本英剛)가 창립한 ‘후지노 전환마을’의 활동 방식


마을공동체 활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괴되어 버린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복원하자는 운동이다. ‘아파트에서 공동체 의식이라니, 1047세대가 사는 아파트에서 가당키나 한 소린가?’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하루가 멀다고 층간소음, 흡연,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된 민원이 올라온다. 공동주택관리법이 해마다 개정되고 있다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아파트 분쟁 수준은 관리주체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은 것 같다. 그야말로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주택 공동체 활동은 아파트라는 물리적 거주지에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주민과 관리주체(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까지 3주체가 협력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공동의 이해관계와 상호 간 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 질적으로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이 직접 결정하고 추진하는 ‘자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적어놓고 보니 좋은 말 대잔치가 아닐 수 없다. 어렵겠지만, 우리 삶 속에서 하나씩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작지만 큰 학교, 드림커뮤니티 마을학교를 시작했다. 보조금을 지원받고 사업을 시작한 우리에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필요해서 가져온 사업이니 우리 스스로 잘 해내야 했다. 대낮에 텅 빈 아파트에 웃음소리가 넘쳤던 엄마놀이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 퇴근 후 그림으로 힐링하는 어반스케치, 공동체 출판을 목표로 한 에세이 글쓰기 모임을 운영했다. 온라인 카페에 글을 쓰기도 하고, 홍보물도 직접 만들어 아파트에 붙였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참여율이 저조했다. 


공동체 대표를 맡은 헬렌, 뜨개 강좌를 맡은 뜨개쌤은 마을학교 프로그램 참가신청자 명단을 보면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공동체 프로그램 참여는 주민들의 자유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자 당황한 눈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투입된 전문가가 있었으니! 


어느덧 우리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버린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님을 마을학교 강사로 모셨다. 작은도서관이 아닌 무인 택배보관소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 기획했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을 관장님과 공유했다. 똑관장님은 우리 이야기를 경청하시더니 ‘숫자’에 목메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공동체 활동에서 성과는 그게 몇 사람이라도 참여한 사람이 즐겁고 재밌으면 된다고 하셨다. 


김승수 관장님을 초대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헬렌, 뜨개쌤을 비롯한 드림커뮤니티 운영진들은 쫓기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 좀 걸려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활동이 씨앗이 되어 언젠가 더 많은 주민이 공동체 활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함께하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고, 외롭다 느끼는 이웃에게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살가운 이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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