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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임민아 Sep 18. 2023

통장에 1,000만 원이 찍혔다.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시작!

2020년 5월, 부천살이 14년을 정리하고 파주로 이사했다. 남편과 함께 운정신도시에 집 구경하러 왔다가 거실 밖으로 펼쳐진 야트막한 숲에 마음을 빼앗겼다. 불혹의 나이를 마주하면서, 내가 뿌리내려야 할 삶터가 파주라는 확신이 생겼다. 출판도시에서 10분 거리, 도래공원이 앞마당으로 펼쳐진 산내마을 7단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020년 5월, 부천살이 14년을 정리하고 파주로 이사했다. 남편과 함께 운정신도시에 집 구경하러 왔다가 거실 밖으로 펼쳐진 야트막한 숲에 마음을 빼앗겼다. 불혹의 나이를 마주하면서, 내가 뿌리내려야 할 삶터가 파주라는 확신이 생겼다. 출판도시에서 10분 거리, 도래공원이 앞마당으로 펼쳐진 산내마을 7단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020년 10월, 딸아이가 할로윈 데이에 사탕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때, 질병관리청은 연일 비대면·비접촉 모임을 권고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아이들은 집에만 갇혀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 사진 한 장과 네 줄짜리 짧은 글을 적었다. 저녁에 사탕 들고 놀이터로 나가겠다고 썼다. 조회수가 1000회를 넘었고, 댓글도 무려 36개가 달렸다. 사람이 그리웠던 탓인지 할로윈 데이에 놀이터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때 알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도 아파트에서 재미나게 살 수 있겠다는 걸.


2021년 2월, 파주시 독서공동체 지원사업 공고가 떴다. 누군가 모임을 주도해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온라인 카페에 글을 썼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공동체활성화 이사였던 ‘바람처럼’이 주민들을 모집하고 공모사업을 준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람처럼’은 동인천 근대문화유산인 미림극장 대표였다. 교하도서관에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공식 등록하기 위해서 이름도 지었다. 도래공원과 숲을 품은 작은도서관이라는 의미의 ‘숲속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아파트에 인재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우리가 무인 택배보관소에서 모임을 하는 이유는 작은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도서관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으로 모인 주민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제대로 된 작은도서관’으로 조성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카톡으로만 안부를 묻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서로가 관계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택배보관소에서 모임을 하던 어느 날 아파트 카페테리아가 모임 하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데, 우리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월요일은 업체가 카페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문을 닫아놓는 것보다 주민들이 공간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관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 아파트 돌아가는 소식을 가장 빨리 입수하는 헬렌이 꿀팁을 줬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최근 여성으로 바뀌었는데 공부방을 운영하는 분이라고 했다. 입주민들과 소통도 적극적인 것 같다면서 만나보자고 했다. 헬렌이 입대의 회장에게 쪽지를 보냈고,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


열흘쯤 뒤에 싸이먼이 단톡방에서 ‘아파트 건너편 상가에 루프탑 고깃집이 생겼다’고 하면서 번개를 쳤다. ‘자기는 돈밖에 없으니 비용의 절반을 책임지겠다’면서. 이때다 싶어 입대의 회장을 번개에 초대했다.


“안녕하세요! 숲속작은도서관 독서모임 아이유라고 합니다. 독서모임 회원들이 앵거스박 글램핑에서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기로 했는데 혹시 참석하실 수 있을까요?”

“네, 가까운 데에 이런 곳도 있었네요! 조금 늦게 참석해도 괜찮으시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책 좋아하고, 도서관도 좋아하거든요!”


싸이먼, 나르샤, 뜨개쌤, 이유, 새로 합류한 입대의 회장 메이플까지 다섯 명이 글램핑장에 모였고,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다. 우리 대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도서관’이었다. 메이플이 독서모임 회원으로 합류했고, 우리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줬다. 이왕 탄력 받은 김에 대대적으로 단합대회를 추진했다. 싸이먼 형님이 당일치기 캠핑을 제안하셨다. 발이 빠른 나르샤가 캠핑장을 예약했고, 우리는 단합대회에 가족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2022년 10월, 우리 동네 자랑인 흔커피바에 모여서 캠핑을 위한 사전 준비모임을 했다. 아파트 주민들과 캠핑이라니! 마트에서 같이 장을 보다니!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생소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나는 남편과 딸 그리고 우리 아파트에 사는 딸아이의 친구와 동행했다. 메이플은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나르샤는 아내와 함께 캠핑장을 찾았다. 이날이 할로윈 데이였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보고 경악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날이었다.


2022년 11월, <아파트 민주주의> 저자 남기업 소장님 초청 북토크가 해솔도서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주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기획한 공동주택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입대의 활동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메이플, 우리 모임 큰언니 뜨개쌤과 함께 남기업 소장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남기업 소장님은 ‘내 편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아파트 공동체 활동을 시작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내 편을 한 명씩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2023년 1월, 독서모임으로 관계를 만들어온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택배보관소에서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아파트 3주체(입주자대표회의, 주민조직, 관리사무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건지 고민하는 것은 나중 문제고, 찌그러지지 않은 트라이앵글을 구성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입대의 결의도 있어야 하고, 관리소장님의 참여도 관건이었다.


2023년 2월, 파주마을센터 김광선 주무관에게 남양주 별내 위스테이에 가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일 잘하는 김광선 주무관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정을 잡아줬다. 싸이먼, 메이플, 헬렌, 룰루가 동행했다. 국토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별내 위스테이 주민들이 동네카페, 동네창작소, 동네방송국, 동네목공소 등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배워왔다. 위스테이에 다녀오고 꿈에 부풀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관리소장님도 힘차게 도장을 찍어주셨고, 아파트 입주자대표인 메이플이 발표심사를 잘 준비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고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2023년 3월, 우리 공동체의 이름을 ‘드림커뮤니티’로 정했다.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파주세무서에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승인신청을 하기 위해 정관을 만들고, 대표자와 임원을 선출하고, 사업계획안을 작성해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열정 넘치고, 뭐든 잘하는 헬렌을 대표자로 선출했다. 헬렌은 세무서와 농협을 뛰어다니며 일사천리로 고유번호증과 통장을 만들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쳐 드림커뮤니티를 아파트 자생단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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