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꽃튀김 하고 다들 막걸리 담그게 된다는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달지 않은데 단맛이 나고 짜지 않은데 짠맛이 나는’ 영화였다. 허세 가득한 농촌 킨포크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리포 마니아’들의 반응처럼 너무 놀랍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채,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담백한 음식 청춘 영화 같달까.
<나는 자연인이다>를 많은 이들이 본 이유는 무엇일까. 따라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리틀 포레스트>는 숲과 바닷가 앞에 집을 짓고 사는 자칭 안분지족의 삶. 모든 성공을 뒤로 하고 자연으로 향하는 건 사업 실패나 암에 걸린 사람들의 선택이거나 나이가 지긋한 이들의 무늬만 멋진 은퇴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간 결과가 아닐까.
“아주심기,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다. 아주심기를 하고 난 다음에
뿌리가 자랄 때까지 보살펴주면 겨울 서리 밭에 뿌리가 들떠 말라 죽을 일도 없을뿐더러겨울을 겪어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 "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겨울 뚫고 봄에 작은 전령들이 올라오는 그때까지 있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부술 줄만 알지 자기만의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결과물에 대해 악담을 쏟아내는 게 일상인 세상.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면 싹싹하고 손 빠른 주인이 내오는 맛있는 밥상 한 끼를 뚝딱한 기분이 드는 건강한 영화다. 내 인생의 밭에도 작은 돼지 정령들이 나와 부지런히 아주심기 할 수 있는 싹을 틔워 올려주었으면.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