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공 Apr 29. 2024

눈물의 시청자

다시 봐도 아름다운 백홍부부 결혼식.


1990년에서 2074년까지. 시한부였던 해인이 84세까지 살다 갔다는 것은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삶엔 현우와 더불어 딸이 함께했을 테니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끝이었을 것이다. 현우도, 해인도 눈물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됐으니 이제 눈물은 나의 몫인가!


자연사 엔딩(?)을 두고 말이 많지만, 사실 엔딩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도 같다. tvN <눈물의 여왕>은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 하는지 물었고, 곁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다. 굳이 찍은 불편한 마침표는 '지금 당장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시작부터 현우와 해인은 이미 결혼해, 그것도 모자라 (몰래) 이혼 준비까지 하는 중이었다. 이들이 바라는 행복은 재결합을 넘어 지지고 볶으며 함께 늙는 삶 자체였을 터다.


현우와 해인이 그간의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사랑하게 된 시점부터, 해인이 84세에 현우를 두고 먼저 죽게 된 데까지 서사를 채우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떠올리고 상상하게 된다는 점은, 여운이라면 여운이다.


다만 일련의 사건들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보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길 바랐다. 기억에 없는 전남편이라는 남자가 남겨둔 눈물의 영상을 보며 이유 없이 가슴 아픈 해인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녀가 잊었던 기억을 완전히 되찾고 제 눈앞의 남자가 본인의 첫사랑임을 깨닫는 순간과, 그 순간에 해인의 새끼손톱 끝에 남아있을 얇디얇은 봉숭아 물이 보고 싶었다. 십수 년 전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한 것이 실은 제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간의 짐을 내려둔 채 더욱 뜨겁게 사랑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지난한 눈물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이 뜨거운 키스로 미래를 약속하거나, 아이방 천장에 다시금 반짝이는 우주가 펼쳐지는 모습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했다면 그랬다면 일요일 밤에 조금 더 푹 잘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월요일의 푸념. 

작가의 이전글 해피 버스데이 투 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