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웃음은 사라진다

소심한 처방전 V

by 왕고래


소금 값이 올랐나…?


어느 날 아침, 국을 드시던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웃으며 소금을 꺼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쯤, 그것이 국의 싱거움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국이 싱겁네"라는 말 대신 소금의 가치를 높이는 표현을 택했다. 이른 아침부터 밥을 차려준 아내가 불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무사히 아침밥을 얻어먹기 위해서.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나 기쁨보다는 ‘유머’가 아닐까 싶다.


우울은 짤막한 감정이 아닌 지속적인 생각이나 상황인 데 비해 행복이나 기쁨은 상대적으로 단발성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녹록지 않은 탓도 있다. 드라마와는 달리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때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으로 일상마저 파괴되는 삶 속에서, 유머는 우리에게 좀 더 따스한 웃음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유머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다. 다만 심리학에서는 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성숙한 방어 기제 중 하나로, 고통스럽고 불안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울이 단순히 ‘슬픈 감정’이 아니듯, 유머 역시 그저 ‘웃기는 행위’가 아닌 셈이다.


유머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일환이며, 현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수반되어 있다. 우스운 일만 웃기게 뱉는 것이 아닌, 어려운 일, 힘든 경험, 슬픈 사건 모두에 나름의 시각을 갖고 그것을 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준 높은 유머는 웃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내면에 있는 숙명적인 슬픔이나 연민도 느낄 수 있게 한다.


“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



# 아재 개그의 비밀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시베리David Seabury는 “좋은 유머는 성격의 특성이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예술”이라고 했다.


“가장 가난한 왕이 뭔 줄 아세요?”
“아… 모르겠습니다.”
“최. 저. 임. 금.”


유머의 연습 사례를 찾다가 문득, 얼마 전 접했던 아재 개그가 떠올랐다. 다양한 듯 한정된 패턴의 소재로 내 안면 근육의 유연성을 시험하는 그것. 과연 '아재'로 칭해지는 어른들은 단순히 웃기려고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유머의 비밀은 이 아재 개그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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