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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엽 Feb 21. 2016

she was. I am, #7

둘의 이야기, 일방의 기록

#7

    기껏 침대에 누웠지만, 그녀와의 일을 생각한 나머지 격양된 내 정신은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아직까지 생생한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이 눈에 어른거렸고, 나의 심정도 그 때 그 순간을 재생했다. 복잡 미묘했지만, 굳이 따진다면 울컥함에 가까운 상태로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 다음 날 공항에서 보기로 했던 터라 서로에 대한 아쉬움은 의식적으로 멀리 보낸,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을 즐기는 아이 같은 마음이랄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유별난 이별 방식을 곱씹자, 까닭 없이 예전의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이기에 이별에서도 평범함을 벗어난 것인지 모른다는 자기 위안에 가까운 가정이 뒤따랐다.


   나는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나란히 걷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에게 완벽하게 동감할 수는 없었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개연성 부족한 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서 그 생각은 수정되어야 했다. 고쳐진 사항에 걸맞게 등장인물부터 다시 확인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두 입장이 대립하였다. 그 둘을 이성과 감성이라고 하고 싶진 않았다. 입장만 다를 뿐, 각각 이성과 감성을 고루 갖춘 듯 했기 때문이다. 그 둘은 각자 이성 위에 감성을 적당히 섞은 괜찮은 논리로 그녀에 대한 내 시각을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바꾸려 했다. 그들의 논리에 따라 그녀는 이제껏 생각했듯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기도 했고,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난 우리의 상성보다도 이렇게 멀리 떨어진 상황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내 나름대로의 논리를 펴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는 자신을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내게 말했다. 


   어떤 이에게 누군가가 소중한 존재가 되는 건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부족해. 


   그녀가 했던 그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일수록 그 시간은 느려지는 것처럼,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짙은 시간을 소비한 우리였기에, 우리의 상황을 대상으로 함께 싸우지 않는 그녀가 새삼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그녀에 대해 수정된 마지막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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