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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엽 Feb 22. 2016

she was. I am, #8

둘의 이야기, 일방의 기록

#8

   그녀는 타지, 나는 여전히 이 곳이다. 그녀는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바뀐 일상을 살고 있고, 내 일상은 그녀만 없을 뿐이다. 그녀에겐 내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계기가 있을 리 없고, 나는 그녀와 함께한 것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녀 생각이 나지 않을 리 없다. 그녀가 떠났다는 표현이 실상 맞는 것이긴 하지만, 그저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가 뒤쳐지는 느낌이 싫은, 욕심 많은 나는 여전히 이 곳이다.


   뜬금 없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났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신발가게에서 알록달록한 운동화를 구입하면 덤으로 장난감이 딸려오곤 했다. 주가 신발이고 부가 장난감이었지만, 어린 나는 신발보다 장난감을 가지고 싶었고, 사흘 동안 새 신발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른 끝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얻은 장난감은 보기와 달리 매우 연약해서, 하루 만에 박살나버렸다. 남은 것은 원하지 않았던 신발 뿐이었고,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신발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열심히 신고 돌아다녀야 했다. 커가는 내 발에 비해 그 신발이 작아질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신고 다녔다.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었을 그 신발과 눈이 돌아갈 정도로 특별했던 장난감이 그려내는 구도가 어쩐지 익숙했다. 화려하지만 연약해서 부서지기 쉬우며 그 자체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과 그 특별함을 묵묵히 뒤따라 오는 것은 다름 아닌 처음과 지금의 우리였다.


   나의 비루한 기억력은 아직껏 그 신발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착용감이 좋지 않은 그 신발은 어느새 발의 기억에서 심장의 기억으로 옮겨와 있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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