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ckerair Apr 18. 2020

인식을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 [고등학교 간지 대회]

이제 바이럴 콘텐츠가 아닌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양산하는 블랭크

[고등학교 간지 대회]라는 이름만 봤을 때는 솔직히 코미디 콘텐츠가 아닌가 싶었다. '간지'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도 그렇지만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패션 서바이벌이라는 설명을 보니 기안84의 웹툰 <패션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즌 1의 첫 에피소드에 나오는 주승현은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처럼 앞머리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 등장한다. 다른 참가자들의 패션도 어떤 스타일이라고 정확히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현란했다. 정말 웹툰 <패션왕>이 이 프로그램에 모티브를 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고, 실제로 '현실 <패션왕>'이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기사도 나왔다.


시즌 1 화제의 참가자 우기명...이 아닌 주승현. 


그런데 본격적으로 미션을 시작한 [고등학교 간지 대회]는 결코 <패션왕>처럼 우스꽝스러운 내용이 아니었다. 매번 정해진 금액과 컨셉을 주제로 참가자들은 옷을 준비하고 직접 스타일링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힙트로'라는 키워드에 맞게 각 팀은 70년대 나팔바지, 80년대 승마바지, 90년대 힙합바지를 주제로 스타일링 미션을 수행한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옷을 구입하고 리폼까지 하는 것은 물론 컨셉에 맞는 장소에 가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까지 찍는다. 마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디자이너 역할과 [도전 슈퍼모델]의 모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봉 1억에 벤츠는 서른 살에도 너무 이른 스펙이 아닐까...


더군다나 한혜연, 박태일과 같은 패션 업계를 주름잡는 전문가들과 레디, 문가비 등 패셔니스타로 정평이 난 셀럽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우승자는 연봉 1억 원을 받으며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고 부모님을 위한 효도 벤츠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패션 서바이벌이 공중파나 온스타일과 같은 채널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직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또다른 실험인 [고등학교 간지 대회]


공백0100의 '세탁조크리너' 바이럴 실험 콘텐츠. 600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방송국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국만큼 영상의 중요성을 잘 아는 회사인 것은 분명하다. 블랭크는 자사 제품의 실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바이럴 시키면서 '세탁조 크리너', '퓨어썸샤워기', '마약베개'와 같은 히트작을 양산했다. 우선 제품에 관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바이럴이 된 SNS 채널을 통해 곧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퍼널'을 완성했다.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 방식을 갖춘 블랭크는 자사만의 성공 공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제품을 판매했다. 동시에 뷰티, 패션, 푸드, 주방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를 끊임없이 만들어갔다.


(좌)패리티의 캐리어. / (우)FLEXIN의 카피와 제품들이 노출.


패션과 뷰티를 다루는 [고등학교 간지 대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블랭크의 자사 브랜드 제품들이 노출된다. 하숙을 위해서 참가자들이 짐을 쌀 때 사용하는 캐리어는 블랭크의 여행 가방 브랜드인 패리티의 제품이다. 프로그램 에필로그 영상이 나올 때도 블랭크의 자사 뷰티 브랜드인 FLEXIN과 관련된 문구와 제품이 노출된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제품의 이름이나 가격과 같은 정보를 특별히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물론 대회의 우승자인 유비의 브랜드를 런칭해주고 구매할 수 있는 페이지 링크를 영상 댓글에 남기는 식으로 '퍼널'을 제공하지만, 다른 자사 브랜드 제품에 대한 정보나 링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블랭크가 미래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인식'


무엇보다 [고등학교 간지 대회]는 기존에 블랭크가 만들었던 제품 실험 영상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콘텐츠다. 온스타일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법한 퀄리티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단순히 제품 구매의 '퍼널' 역할을 하는 콘텐츠라고 볼 수 없다. 여기서 블랭크가 [고등학교 간지 대회]를 통해서 만들고자 하는 건 '구매 욕구'가 아니라 '인식'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대표 남태광은 한 인터뷰를 통해서 "콘텐츠의 파워를 높이면서 브랜드로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 인식이 잘 형성된 곳이 콘텐츠까지 잘하면 훨씬 강한 헤게모니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간지 대회]와 같은 패션 및 뷰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패션 및 뷰티 브랜드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 이를 통해 블랭크의 콘텐츠와 브랜드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이뤄내고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제품 하나를 가장 잘 팔 수 있는 방법은 직접광고가 맞다. 하지만, 제품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서비스를 알리고, 글로벌로 히트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 생각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훨씬 장기적인 투자이며 더 큰 미래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쇼핑몰이 연결되는 시대, [넥스트 인 패션] & [메이킹 더 컷]


OTT 플랫폼에서도 패션 서바이벌이 대세다. 넷플릭스에서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도 역시 디자이너가 경쟁하는 [메이킹 더 컷(Making the Cut)]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콘텐츠들은 모두 쇼핑몰과 연계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넥스트 인 패션]은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 '네타 포르테'와 넷플릭스가 공동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 서바이벌의 우승자인 김민주는 '네타 포르테'에 자신의 패션 브랜드인 'MINJUKIM'을 런칭했다. 당연하게도(?) 컬렉션 품목 일부는 빠르게 매진됐다. [고등학교 간지 대회]의 우승자인 유비가 블랭크를 통해서 자사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메이킹 더 컷]을 제작한 아마존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우승자의 옷을 쇼핑몰에 공개하여 판매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커머스 구매가 이어져서 '퍼널'을 구성하는 사례다. 커머스 인프라를 갖춘 브랜드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어떻게 파급력을 나타낼 수 있을지 보여준다. 


블랭크는 현재 [고등학교 간지 대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다. 의뢰인의 자취방을 함께 찾아주고 인테리어도 해주는 [구인구집], 키즈들을 대상으로 한 [올리버드]나 [다니유치원], 라디오 형식의 고민 상담 콘텐츠인 [허지웅답기], 시청자들의 댓글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댓글툰]까지. 


정확히 한 곳만 파기 보다는 깊고 넓은 우물을 파기 위해서 블랭크는 지금도 수많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블랭크는 정말 바람대로 '디지털 디즈니'가 될 수 있을까. 만약 '디지털 디즈니'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형성한다면 블랭크는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 자료 및 출처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91851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28318

https://www.youtube.com/watch?v=lY6spFXbqr0&list=PLyvhwIoMOMygGd--pAkP0RUKR1XqCWy3J&index=19

https://news.joins.com/article/237513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