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중요한 이것
개그맨들의 주무대가 유튜브가 된지 오래된 느낌이다. 이제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없어진 시대인지도 모른다는 슬픈 농담도 떠돈다. 그렇게 유튜브에는 수많은 코미디 채널이 있지만 유독 ‘피식대학’이 돋보인다.
‘피식대학’의 콘텐츠를 예찬하는 상당수 댓글에는 ‘디테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다. 메인 콘텐츠인 ‘08학번isback’(과 ‘05학번isback’), ‘B대면데이트’에서 구현되는 캐릭터의 디테일은 굉장히 구체적이다. 스마트폰도 없던 2000년대 중후반이라는 시대의 남자 복학생과 2020년대의 범상치 않은 한국남자를 연기하며 보는 이의 공감성 수치를 극대화시킨다. 심지어 멤버들의 아버지 세대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한사랑산악회’까지 보고 있으면 디테일의 질과 양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캐릭터를 희극적으로 구현하는 탁월한 연기력,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 젠더 감수성도 이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대 장점은 피식대학의 캐릭터에 입체적인 디테일이 살아 숨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디테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 요소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 아닐까.
피식대학의 멤버들이 이토록 디테일을 잘 포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식대학의 유튜브 영상을 좀 많이 보다 보면 알고리즘이 소개해주는 콘텐츠가 있다. 피식대학 멤버들이 했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TMYTj0gyM
https://www.youtube.com/watch?v=QctAnMaMt4k
https://www.youtube.com/watch?v=l-8iuTiaKew
스탠드업 코미디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피식대학 멤버들의 스탠드업은 '관찰형 코미디'로 일컫는다. 말 그대로 직접 관찰한 일상을 통해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포착하여 만드는 코미디인 것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해서 소개한 <스탠드업 나우>에서는 ‘관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세상에 귀를 기울이며 어떤 소재를 조크에 이용할까 고민하지. 매일매일 이상하고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 세상을 치밀하게 분석한다고나 할까? 이들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우리가 무심히 놓치고 지나가는 걸 기어이 잡아채서 공감을 구하기도 해.”
이 문장을 바탕으로 '관찰형 코미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일상을 관찰하여 희극적 요소를 포착한 뒤 관객의 공감을 얻는 일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과거 혹은 현재의 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여 구현하고 있는 피식대학 콘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실제로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 일상에서 관찰한 요소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한다고 말한다.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03101944001#c2b
"처음으로 각잡고 캐릭터를 아주 디테일하게 짜기 시작한 코너에요. 민수는 본인의 아버지와 어렸을 때 고향 울산에서 보던 아저씨들의 말투를 가져와서 영남회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용주형은 LP바 사장님들, 외국에서 살다온 분들의 코드를 넣어서 배용길 사장님 사장님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제가 연기하는 정광용은 저희 아버지 성함이에요."
https://blog.toss.im/article/mymoneystory-19
"임플란티드 키드의 모티브는 예전에 촬영하면서 만난 분 이었어요. ‘킹받네, 선넘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런 말들을 실생활에서 쓰시더라고요. 유튜브 댓글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을 실제로 쓰니까 너무 재밌는거예요. 임플란트 키드 캐릭터 잡으면서 녹이게 된 거죠."
지금 '피식대학'의 채널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은 없다. 하지만 피식대학이라는 채널이 만들어지기 이전, 이들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파고 들었다. 2017년 말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레이블인 '스탠바이 라이브쇼'를 만들고 다양한 공연장에서 스탠드업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해외 스탠드업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팟캐스트 '코미디의 정석'를 통해 이들이 받은 영감과 영향을 공유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xIRM4pfhmI
이렇게 스탠드업에 몰두했던 시기를 통해서 멤버들은 섬세한 '관찰력'을 기를 수 있었고, 그 힘을 통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지금의 피식대학에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