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 속길의 호롱불이 되어
예전에는 내가 가진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여러 상황과 때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기게도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같은데, 내가 속해있는 단체의 성향에 따라 나의 가치는 달라졌다.
어두운 숲 속길의 ‘호롱불’이 되어
올해 나는 만 10년이 넘은 과장이 되었다. 길고 길었던 사원을 지나 상대적으로 짧은 대리를 지나고 나니 ‘장’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도 무겁고 힘들었다. 수없이 머릿속에 나침판을 두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리고 내가 이 회사에서 혹은 이 프로젝트에서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고민을 정말이지 수없이 했던 거 같다. 한 때 같은 팀 과장님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회의는 하면서 일은 안 할까 싶었는데, 내가 정말이지 그러고 있었다. 하루에 2~3개씩 이어지는 회의의 연속. 회의를 위한 회의까지 계속되고 나면 프로젝트는 언제나 산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이곳에서 뭘 해야 그래도 밥값은 하는 걸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시 먹게 되었다. 이 호롱불을 그래도 내가 제대로라도 들고 있자. 제대로 들고 있지 않으면 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하며. 결국 내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한 발 아니 반 발이라도 먼저 나서는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한 발을 먼저 발을 떼어 호롱불을 들고 나서본다. 지금의 프로젝트는 현재 이렇게 가고 있고, 나는 그렇게 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한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며, 팀에 있어야 하는 가치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내가 나눌 수 있는 건 결국 경험에 대한 노하우였다. 한 때는 내가 가진 지식이 후배들보다 더 뒤처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게 되면 나는 이제 밥값을 못하게 될 거 같다는 불안감에 남몰래 주말마다 신기술을 배우고, 스터디를 하고, 밤마다 코딩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기술이라는 건 늘 바뀌어왔고, 이건 그저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길을 나아가는 데 버스로 가도 되고 택시를 타도 되는데, 그래도 방향이라도 옳게 나아가는 호롱불을 들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불안감은 조금은 누그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