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PC툴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로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by won

나는 오랫동안 B2C 기반의 모바일 앱 UX/UI 디자이너로 일해왔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흐름을 설계하며,

작은 화면 안의 인터랙션을 고민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왔다.


매끄럽고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보이는 화면과 보이지 않는 흐름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일은 내 감각과 잘 맞았다.


한국에 아이폰 3GS가 처음 출시됐을 때,

모바일 디자인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 거라 직감했다.

기술 변화에 민감했던 나는 곧바로 모바일 UI 디자이너로 전향했고, 실제로 그 흐름 속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그래서 다시 데스크탑 기반 화면을 디자인하게 되었을 땐, 처음엔 왠지 시대에 뒤처진 느낌마저 들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세 개의 데스크탑 기반 제품을 디자인을 하며 모바일에서는 느낄 수 없던 복잡함과 구조적 사고의 필요성을 마주했다.


이 영역은 예상과는 달리 디자이너의 전략적인 사고가 치열하게 요구되는 공간이었다.


시스템 디자인은 한 사람의 사용성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여러 역할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를 조율하는 일이었다.




툴 디자인은 감각이 덜 중요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 필요하다.


- 다양한 사용자 유형을 통합하는 감각.

- 정해진 스펙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논리를 직접 만드는 감각.

- 유연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구조를 결정하는 감각.


이 영역의 디자인은

구조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라면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


디자이너의 일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왜 이것을 선택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디자인은 미적 감각보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술(decision-making skill) 에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나는 화면보다 구조를 먼저 디자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디자이너의 성장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디자이너가 구조를 디자인하기 시작할 때 사고의 깊이는 달라진다.


시스템 안에서 일한다는 건, 구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디자인은,

세상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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